레비나스는 인간의 선함, 인간의 인간성을 바실리 그로스만이 쓴 『삶과 운명』이라는 소설의 장면을 차용하여 말한다. 가장 비인간적인 처지에서 지극히 인간적인 상황의 묘사, 레비나스는 인간만이 행할 수 있는 이 선함에 주목한다. 총칼이 난무하여 사람의 목숨이 나뭇잎 떨어지듯 하는 전쟁 상황 속에서, 타자를 적으로서 악을 악으로 갚기보다 선으로 되돌려주는 인간의 성스러움을 레비나스는 본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가!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다시금 레비나스 철학을 떠올리게 한다. 전쟁 경험을 통해 체제나 정치의 변화만으로 전쟁을 막을 수 없음을 깨달은 레비나스는 타자의 자리를 침탈한 나의 이기주의를 타자의 죽음에 무관심함 없이 책임 있는 자로 전환하는 주체를 강조한다. 전쟁이 아닌 평화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