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나에게 준 무기가 하나 있었으니,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을 웃기는 게 좋았다.
얼어 죽을 것처럼 추운 오리공장에서 오리껍질을 벗기고,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그리고 곱창집에서 온갖 서러움을 겪으며
막창과 대창을 벅벅 문질러 닦던 이야기까지.
죽을 것처럼 괴로운 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기도 했다.
내가 쓴 글에는 명랑함이 있었다.
가끔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언제 글을 쓰냐고, 아르바이트하느라 글 쓸 시간이나 있었냐고. 그런 질문을 받으면 부끄럽다. 힘든 와중에도 열심히 글을 써 짧은 시간 안에 세 권의 책을 내게 된 사람으로 봐주는 거 같아서. 각 잡고 앉아 써내야지,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진 못한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떠올린 이야기 「로또」, 목이 해진 남편의 겨울 코트를 보고 ‘아름다운 가게’에 옷을 사러 갔다가 쓰게 된 「자전거의 기울기 23.5°」, 곱창집에서 일하며 고단한 일상에 대해 끄적이기 시작한 「오순정은 오늘도」 그리고 힘들게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가정을 지키느라 죽을 뻔한 엄마들을 떠올리며 썼던 「드림 포에버 시티」,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 때문에 가족이 겪어야 하는 고통과 아픔에 대해 쓴 「리틀 몬스터」….
이 소설집은 하나의 생각과 한 줄의 끄적임으로 쓰기 시작한 이야기들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과 고민이 들어간 글은 아니지만, 하루하루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믿고 격려해 주며 응원해 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조금씩이라도 글을 써나갈 수 있었다. 그분들의 얼굴 하나, 하나를 떠올려 보니 코끝이 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