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마주한 독자들에게는 우려가 생길지도 모른다. 동물 ‘착취’를 동물 ‘노동’이라는 말로 둔갑시키고 정당화할 위험에 대한 우려다. 한국 사회에서 동물은 아직 기본권의 주체로 여겨지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물건이 아닌, 지각력 있는 생명체로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동료 노동자’라는 잠재적인 단어를 입에 담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 우리 사회에서 동물은 인간을 위한 도구, 재료, 음식, 흥밋거리, 돈벌이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기에 ‘동물’의 옆 자리에 ‘노동’이라는 단어를 놓으려는 시도조차 달갑지 않게 느껴지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노동이라는 렌즈를 통해 자본주의적 착취 아래 놓인 동물들의 상황과 행위를 들여다보는 것이 곧 착취의 묵인이나 정당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동물에게 노동자라는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동물이 인간 노동의 ‘대상’으로만 존재하지 않으며 그들 또한 이 세계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행위자’임을 인정하려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동물의 행위성이 인정돼야만 동물을 수동적 피해자 위치에 가두지 않으면서도 동물이 경험하는 착취와 소외를 드러내는 일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