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개처럼 흩어지고 마는 순간순간의 기억들을 잡아두기 위해, 시로 말할 수도 보여줄 수도 없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을 메우기 위해 사진이란 도구를 썼다. 시의 밑그림 같은 현장의 사진들을 곁들이는 것이 사족 같아 마음에 걸리지만 이번 다섯 번째 시집의 시들 상당수가 집을 나와 밖으로 나돌며 거기서 건져 올린 것들이기에 한편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
어둠 체험에 참여한 적이 있다
어둠의 어둠에서 나를 이끄는 알 수 없는
빛의 문을 보았다
어둠과 밝음, 필연과 우연이 상극이 아닌
상생의 인드라망 속에 있다
그 연기(緣起)의 경로(徑路)에 서서
한동안 외롭게 바라보리라
언어가 어둠상자를 열고
더 어두운 곳으로
들
어
간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