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구멍이 뻥 뚫릴 것같이 찬바람 부는 겨울이 되면,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시던 새하얀 연이 생각납니다.
방학 때 외갓집에 가면, 할아버지는 늘 연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가지고 놀다 망가뜨릴 게 뻔한데도 어찌 그리 정성스레 만드셨는지,
어린 나도 어렴풋이 장인이라는 느낌을 받은 것 같습니다.
4학년 때 학교 운동장에서 연 수업을 하는데,
한 친구가 연을 굉장히 잘 날렸습니다.
바람이 엄청 세게 부는데도 연줄을 잡고 있는 친구가
정말이지 멋져 보였습니다.
결국 얼레가 부러져 연줄을 끊어야 했고,
연은 멀리 날아가 버렸지요.
연이 어디로 갔을까 상상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시절, 연에서 영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아
나는 연을 들고만 있어도 어깨가 들썩들썩했습니다.
그 하얀 연을 두 아들의 시선으로 다시 만나 보고 싶었습니다.
아이가 처음 경험하며 부딪치고 넘어가는 단계,
멋진 연을 떠나보내며 성장하는 그 지점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하얀 연』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