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괭이밥풀이 지천이다. 꽃이 지면 씨방 안에 오종종 모여있는 씨알갱이는 손으로 집기도 어려울 만큼 작다. 최선을 다한 삶의 막바지에 씨오쟁이를 터뜨려 어디서든 어떻게든 종족을 번식하는 괭이밥풀이 대견하다. 작은 씨알갱이 하나하나에 나름 얼마나 귀한 생명이 숨 쉬고 있는 것인가.
누군들 지나온 삶이 귀하지 않은 순간이 있으랴. 우리는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산다. 모과향은 갈라진 틈에서 더 진한 향이 나고 나비도 상처 난 꽃잎에 더 많이 모이듯이 사람도 모진 비바람을 견디고 나서야 향기를 품는다. 비록 허튼 세월일지라도 지나고 보면 다 보약이었다. 글을 쓰지 못했던 아니 글을 잊고 지냈던 지난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은 서툴고 거칠어도 언젠가는 잘 닦은 붓으로 修筆을 쓰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기로 했다.
그동안 써 놓은 글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책으로 엮는다. 괭이밥풀이 씨오쟁이를 터뜨리듯이 내 안에 모든 것을 쏟아내야만 할 것 같다. 인간이 신에게 올리는 말씀이 시(詩)라면 수필은 인간이 인간에게 들려주는 속삭임이라고 했다. 나를 위해 쓴 글이라고는 하지만 누구라도 공감해주는 이가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내게 꿈을 키워주신 고(故) 강우진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느즈막에도 용기를 주신 권희돈 교수님과 문우에게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첫 수필집이 나오기까지 온 열정으로 지도해주신 이방주 선생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2021년 유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