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의 벽에 '내가 쓴 그림은 시가 아니다.' 삐뚤빼뚤 쓴 액자 하나 걸어 놓고 나의 시에 무디고 무딘 날이 서도록 벼리고 벼리지만 풀무질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서산장터에 나가 틉틉한 막걸리에 거칠은 무성귀 얹어 마시고 한 이레 그렇게 마시고 부글부글 끓는 속을 개심사 해우소에 앉아 끙! 외마디로 풀고 돌아오기도 한다. 가끔은 두 손을 잡고 반가워하는 대웅보전 부처님을 서산장터에 모시고 나와 성과 속을 바꿔 입고 히히대기도 하면서 불경不敬과 불경佛經을 들락날락 내 시의 무딘 날을 벼리는 풀무질을 하지만 싹수가 노란 내 시가 극락에 들기에는 너무 많이 빗겨 와 있다는 것을 안다. ('시인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