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은 당대 사회와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발전해왔다. 시민계급의 득세, 출판업의 부흥, 공공연주회의 인기, 프로 오케스트라 창단, 전문 지휘자의 출현…. 어느 것 하나 교향곡의 변화와 무관한 것이 없다. 사회 변화에 따라 교향곡의 의미뿐 아니라 양식도 달라졌다. 교향곡의 사회성은 내게 매력적인 주제로 다가왔다. 음악이라는 예술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사회적인 예술이라는 걸 설명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주제였다. 음악은 사회와 무관한 별세계의 음악가들이 오로지 천재적인 영감에만 의존해 창조해낸 예술이란 인상을 주기 쉽다. 음악에는 문학처럼 구체적인 스토리도 없고 미술처럼 눈에 보이는 이미지도 없이 허공에 사라져버리는 소리만으로 우리 마음을 강하게 움직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그토록 큰 감동을 안겨주는 위대한 교향곡에도 당대를 살아간 음악가들의 현실적인 갈등과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