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독자들에게 보낼 새로운 이야기
여기까지 오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시장구조가 급변하면서 심하게 휘청거린 적도 있고, 어디로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할지 몰라 캄캄한 동굴 속에서 헤맨 적도 있다. 이번 개정판에는 그에 관한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담아보았다. 그 어떤 성공도 고통과 아픔, 희생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고통과 아픔을 겪으면서 뼈저리게 터특한 삶의 지혜를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내는 개정판은 나를 비롯해 우리 참존에게는 아주 뜻깊은 책이 될 것 같다. 참존화장품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과 발맞추어 러시아 등 세계의 독자들과도 새롭게 만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미 초판은 영어와 중국어로 번역된 바 있는데, 그 책을 본 러시아 무역대표부의 미하일 본다렌코 대표가 러시아 젊은이들에게 꼭 선보였으면 좋겠다고 적극 제안했던 것이다. 지난 세월 참존의 청개구리 박사가 겪어온 실패와 성공, 절망과 희망, 좌절과 극복의 다사다난한 이야기가 세계의 독자들에게도 인생을 살아가는 데 좋은 나침반의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나는 여기서 참존의 성공 이야기만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나의 인생 스토리를 옛이야기 들려주듯 늘어놓으려는 것도 아니고, 회사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보여주려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45세의 나이에 세운 참존이 어떻게 여느 회사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나의 인생을 바꿔왔는지 솔직하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왜냐하면 지난 16년 동안 나의 인생을, 또 우리의 기업을 남들과는 100퍼센트 다르게 운영했기에 오늘 이 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청개구리 경영방식'이었다. 다른 업체들이 색조화장품 등으로 품목을 늘려갈 때 기초화장품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했고, 경쟁사들이 광고에 매달릴 때 샘플 홍보에만 나섰다. 업계 관행인 어음거래 대신 철저한 현금거래를 원칙으로 삼았으며 경영주가 직원들의 연봉을 조정하는 대신 직원들만으로 구성된 임금인상위원회를 통해 경영주의 연봉까지도 자율적으로 조정하도록 했다. '따라하기식의 경영'이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가는 '차별화 경영'을 통해 우리만의 색깔을 고집스럽게 찾아나갔고, 그것이 기업만이 아니라 인생까지도 성공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해주었던 원동력이었다.
내가 차별화 경영을 통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 싶었던 것은 '성공을 나누어주는 회사'였다. 나는 기업이라는 집을 받쳐주는 4개의 주춧돌은 바로 고객과 사원, 주주, 국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성공 역시 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 내가 창업 당시 '부유한 대한민국'에서 따온 '부한화장품'을 회사명으로 삼았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부한화장품은 지난 93년 참존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그 근본 정신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이런 경영 방침 때문에 나를 청개구리에 비유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참존의 경영 방침이야말로 가장 원칙에 가까운 것이라고 믿는다. 틀린 것은 내가 아니라 그들이다. 다만 애꾸들이 사는 세상에선 두 눈이 멀쩡한 사람이 장애인 취급을 당하듯 원칙을 무시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이 나라에서는 나 같은 사람이 청개구리로 여겨지는 것뿐이다.
이 나라가 근본부터 바뀌지 않는 한 나는 계속해서 '황소보다 고집 센 청개구리'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왕이면 나를 능가하는 청개구리들이 더 많이 생겨나 하루빨리 이 별명을 버릴 수 있길 바란다.
내 이야기가 "튀지 마! 남들 하는 대로 해!" 하고 강요하는 세상에 의해 상처받고 주눅든 청개구리들에게 "당신은 틀리지 않아. 당신이 옳다고 믿는 대로 행동해"라는 따뜻하고 힘찬 격려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