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아버지, 어머니의 삶 자체가 시였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날마다 땀 흘려 일하면서 늘 자식들에게 반듯하고 남에게 겸손한 그 삶, 그 삶을 좇아 본 대로 들은 대로 글로 옮기는 것이 내가 해 온 시 쓰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오랜 삶의 경험 속에서 우러나오는 깊이 있는 통찰, 그것을 읽기 쉽게 풀어 쓰는 일이 앞으로도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한다.
2019년 12월 22일 일요일 오후, 급성 심근경색으로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른 분은 몰라도 아버지는 늘 건강하고 우뚝 서 있을 것 같았는데, 그날 이후로 의식 없이 병상에만 누워 계신다. 예전에 내가 쓴 시가 실린 아동문학 잡지를 몇 권 드린 적이 있는데, 그걸 자랑스레 꽂아 놓고 막내아들이 시인이라고 손님이 올 때마다 자랑하셨단다. 참 감사하고 가슴 먹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