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지리산을 종주하며 마침내 그 기회가 찾아왔다. 대간 종주 경험이 있는 이인우 대장의 제안으로 다섯 명의 대간 종주 팀이 꾸려진 것이다. 2014년 1월 세찬 바람을 가르며 성삼재에서 대간 종주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와 이인우 대장을 제외한 세 명이 교체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종주는 계속 이어졌다. 산을 잇고 삶의 이야기를 풀어가며 3년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길만 남기고 이천 리를 묵묵히 걸었던 것이다.
내 삶이 미완성이듯 내 등산도 아직은 미완이다. 살아 있는 한 북녘의 산하를 걸어보고 싶다. 그 걸음이 백두대간의 완성으로 이어지고 이 땅의 하나됨으로 나아간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남북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이 시기에 더욱 간절히 간절히 꿈꿔 본다. 발걸음이 아직은 끝나지 않았지만 더 넓고, 더 높은 곳을 내딛기 위한 디딤돌을 놓는 심정으로 지금까지의 길을 정리해 본다. 800km를 걸으며 그 걸음의 흔적을 점점이 남기다 보니 이 책이 나오게 되었다. -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