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니자끼 준이찌로오는 일찍부터 ‘성’을 도덕이라는 이름하에 통제하고 현실적인 인간의 삶과 대립시키려 하는 현실 정치와 대립각을 세웠고, 초기에 발표된 여러 작품에서 이러한 주제를 다뤄 판매금지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인간이 ‘성’을 추구하는 것은 본능적 욕망이자 생식행위로, 인간에게 성이 어떤 것이냐란 물음은 우문일 수 있다. 타니자끼 준이찌로오는 이 우문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가였다. 성을 문학의 주제로 다루는 이상, 성을 매개로 합쳐지고 갈라지는 남녀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성을 둘러싼 남녀관계에서 우위에 서 있는 쪽은 도덕을 강조하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는 사실을 작가는 『열쇠』에서뿐만 아니라 다수의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가 ‘마조히즘’의 작가라 불린 것은 여성에게 굴복하는 남성을 묘사하는 데 치중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