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냐 문학이냐
나는 참 어리석었습니다.
꼭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어느 하나는 포기해야만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것은 내가 둘 다 잘해서가 아니라
둘 다 잘할 자신이 없어서 일 겁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저녁이 되어야만 난다고 합니다.
변변치 못한 나는 초로初老에 들어서야 겨우 눈을 떴습니다.
반드시 잘해야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잘하는 것보다 최선을 다하는 게 더 중요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는 한결같아야 한다는 걸.
공자는 “일일삼성一日三省”이라 했습니다.
하루 세 번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나를 되돌아봅니다.
솔직히 나에게 별난 재주는 없습니다.
그저 진득하다는 것.
그 진득함 덕에 여태까지 글을 쓰고 음악 속에 살아갑니다.
이제는 문학이냐 음악이냐를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 둘은 선택의 대상도 아니고 극복의 대상도 아닌
나의 모습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그런 “나”를 타래로 엮은 것입니다.
“우리가 왜 만난 지 아세요?”
아내의 느닷없는 물음에 멋진 대답을 찾지 못해 어물쩍거리자
“당신 어질러 놓은 걸 정리하기 위함이에요.”
정문일침頂門一鍼.
아내는 늘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지적질’로 나를 일깨웁니다.
아내의 말대로 나는 내 글을 이 신문, 저 잡지에 흩으려만 놓았습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걸 나서서 깎아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꿈!
꿈처럼 양면적인 낱말도 없을 겁니다.
헛된 생각도 꿈이라 하고 희망도 꿈이라 하니까요.
부족함이 많은 글이지만 이 책을 읽는 분들의
마음이 잠시나마 따뜻해지는 꿈을 꾸어봅니다. -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