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거울의 방에 들어가면 자신의 존재가 무한하게 분열하고 증식하는 것처럼, 이 집에 들어서는 순간 고정된 시간의 질서가 무너지면서 현재가 과거 속으로, 그리고 과거가 현재 속으로 침투하여 가능한 미래(들)를 무한하게 조합해낸다. 라일라 마르티네스는 시간의 전쟁을 통해 권력과 돈이 지배하는 질서와 법적 폭력을 해체하는 동시에 잃어버린 언어를 통해 아직 도래하지 않는 집단적 기억―미래의 기억―을 향해 나아간다.
세풀베다가 꿈꾸는 수평선 너머의 세계는 구체적으로 어떤 곳일까? 그것은 그의 문학 세계 전반을 관류하는 주제, 즉 <자유>가 거대한 물길처럼 흐르는 세계가 아닐까? 자유란 <최고의 가치>인 동시에, <가장 순수하고 이상적인 것>이고, <그런 자유를 얻기 위해 투쟁할 때 비로소 우리 인간은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투쟁을 통해 비로소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동하는 실체로서의 미래 또한 실천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의 눈앞에 나타날 ─ 비록 그것이 일시적이라 나타났다 사라진다 할지라도 ─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