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나를 지으신 모습과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볼 때, 하나님의 우주적 목적과 계획이 실현되는 일을 위해 내가 반드시 감당해야 하는 사명은 선교다. 이 사명이 가장 중요하기에, 나는 다른 어떤 것도 더 중요하게 여길 수 없다.
사명을 알았으면, 이제 그 인생의 길은 산책이 아니다. 달려갈 길이다. 우리는 그 사명을 이루기 위해 정말 알차고 농축된 삶을 살아야 한다. 사명에 이끌리는 삶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칭찬하고 설혹 횡재를 얻는 길이라 해도, 내 사명과 맞지 않으면 가지 말아야 한다. 그 사명의 목적에 집중하여 할 일을 결정하고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등대지기의 사명은 등불을 비추는 것이다. 그래야 어두운 밤에 배들이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등대가 있는 섬마을에 날씨 때문에 기름이 공급되지 않아서 사람들이 등대지기에게 기름을 나눠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치자. 그들이 불쌍해 보인다고 기름을 나눠주면 등대를 밝힐 기름이 부족해진다. 그것이 아무리 선행 같아도 등대지기의 사명에 맞는 일은 아니다. 그러므로 남들이 칭찬할 일이라 해도 내 사명에 맞지 않는 일은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지혜로운 청지기로서 사는 길이다. 그런 점에서, 사명을 따르는 일이라 해도 몸이 부서질 정도로 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가 사는 동안 어떤 일을 해내야 하는데, 건강을 잃는다면 그 사명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사명에 맞는 일만 잘 선택하기만 해도 지치지 않고 그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다. 한국에서는 사명자가 무조건 고생하고 희생하는 것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아니다. 무모하고 무조건적인 헌신은 사명에 이끌리는 삶의 모습이 아닐 수 있다. 사명의 목적과 대상은 분명해야 하고, 또 분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 나라가 완성되어 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선교의 핵심 대상은 무엇인가? 내가 발견한 제일 중요한 선교의 대상은 미전도종족이다. 아직 복음을 듣지 못한 종족들이 다 복음을 듣게 만들어야 예수님이 다시 오실 것이라고 성경이 분명히 기록했기 때문이다.
마 24:14 이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거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 그제야 끝이 오리라
한때 한국교회에서 선교 동원 사역을 할 때 미전도종족 사역을 마치 부업처럼 여긴 적이 있다. 하지만 내가 뇌수막염을 앓을 때 새삼스레 다시 깨달은 것이 바로 미전도종족 선교의 중요성이다. 하나님께서는 병실에 누워 있던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왜 여기 누워 있느냐? 가서 나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지.”
‘땅끝에서 주님을 맞으리’라는 복음성가 가사를 읊조리고 있을 때였다. 나는 이렇게 다짐하였다.
“이 병이 나으면 선교지에 가 있겠습니다. 미전도종족 사역에만 집중하겠습니다. 저를 일으켜 주옵소서!”
그래서 하나님께서 회복시켜 주신 다음, 바로 인도네시아에 돌아와 10년 넘게 이 사역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주님께서 내가 인도네시아에 와 있는 것을 기뻐하시는 것 같다. 한국에서 선교를 후원하도록 설득하고 선교지로 가는 선교사들을 동원하는 것도 영향력이 있는 사역이지만, 내가 여기에서 미전도종족 사역을 직접 하고 있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사역에서 직접 본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미전도종족 선교를 기뻐하시기에 이 사역의 의미를 많은 분들이 인정하여 선교비를 보내주고 계시며, 현지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이 일이 진행되게 하고 계시다. - (서문) 들어가는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