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평이 발명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의 아름다움과 개념을 해석하는 새로운 언어를 발명하는 일은 새로운 감정을 발명하는 일이자 기존의 아름다움과 개념이 가진 권력의 틈을 여는 일이다. 기존의 언어를 재해석하는 경우에도, 비평은 감정의 계보를 발굴해 우리 시대로 잇는 일을 한다. 그리고 갱신된 아름다움과 역사가 우리와 우리 시대를 다시 정의한다. 작품을 위해 비평이 복무하는 것은 아니냐는 항간의 우려가 나는 무용할 뿐만 아니라 틀렸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비평은 작품을 매개로 조금쯤 달라진 아름다움과 언어를 개발하는 수행이다.
2023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