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냥 갈래?”
이 말이 무엇을 시비하는지 나는 안다. 내 삶의 전반부를 따지자는 것이다. 헤집어 보면 칡즙 같은 눈물로 범벅이가 된 채, 이제는 굳어 사랑탑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을 그 내력을 엮어보라는 것이다.
2년 남짓 잠을 설치다가 어떤 이들의 가슴팍을 싸하게 긋고도 싶고, 콧등을 시큰하게 건드려 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흔여덟에 시작해서 여든 둘에 끝냈으니 햇수로는 얼추 4년이 걸렸다. 시력은 바닥을 쳐 교정시력이 겨우 0.2이니 앞으로 노트북 판독이 걱정이다. 그렇거니 오직 하나님의 은혜다.
노산물인 <사랑행전>은 외수없이 수세미 같았던 내 청춘의 우듬지를 시방 팔순을 넘겨 사는 할배의 손으로 곱게 빗어 베를 짜듯 땋아내린 댕기머리 같은 거다. 나는 그 댕기머리 같은 <사랑행전>을 그네에 앉혀 띄우는 마음으로 롱펠로우의 시 ‘화살과 노래’에 얹어 세상에 내놓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