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전은 필자가 『토지』의 인물형상화 연구를 하면서 기초 작업으로 정리한 것이었다. 농군 아낙이든 짐꾼 노인이든 『토지』의 인물들은 한결같이 뚜렷한 개성을 지닌 살아 있는 인간으로서 만만치 않은 삶의 값을 보여주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주요 인물 몇십 명을 정리하자고 시작한 일이 필자의 손으로는 멈추기 힘든 긴 작업이 되었다.
2002년에 이 작업의 결과가 인물사전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것은 고인이 되신 박경리 선생님의 뜻이었다. 독자들이 600여 명이나 되는 인물을 혼동하지 않고 읽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다시 10년 만에 개정판을 낸다. 아울러 동료 연구자들과 『토지』의 판본비교 작업을 시작한 지 꼭 10년 만에 『토지』의 결정판도 내게 되었다. (중략) 무엇보다 『토지』의 결정판을 만들면서 인물에 대한 정보 역시 수정해야 했다. (중략) 이 작은 사전이 『토지』를 읽는 독자들에게 넘치지 않는 동반자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책 머리에
이 책은 우리 근대 문학사에서 중요한 작가로 꼽히는 12인의 삶과 문학에 대한 글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작가 개인의 삶은 문단사, 혹은 소설사 이면의 기록으로나 그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또한 그들의 문학은 문학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혹은 문제적 현실을 얼마나 진지하게 그려냈는지에 의해 주로 평가되어왔다.
하지만 내가 발견한 것은 그저 한 외로운 인간의 모습, 그리고 거기에 투영된 우리의 일그러진 역사였다. 친일의 오점을 남겼든, 당대 현실을 외면했든 간에 그들의 삶과 문학은 그대로 우리 근대사의 욕망이고 고민이며 좌절이었다. 그것이 이 여정에서 발견한 진실이다. 이제 이 글을 통해 역사의 이면에서 그들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삶의 이면에서 역사를 발견하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