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동안 과천연구실 세미나는 주로 포스트구조조의 이론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후기 푸코의 저작들을 중심으로 세미나가 진행되었고, 그와 관련되는 한도 내에서 들뢰즈, 가타리, 네그리도 아울러 검토되었다. 그렇지만 오히려 『마르크스의 유령들』 및 그와 관련된 데리다의 저작들에 대한 세미나가 오랜 기간 진행되었는데, 가을 및 겨울 세미나는 주로 이 주제에 할애 되었다. 이 때마다 하버마스를 포함하는 프랑크푸르트 학파 내지는 '베버-마르크스주의'에 대해서도 아울러 검토되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우리가 도달한 잠정적인 결과적으로 스피노자라는 마르크스의 '타자'에 입각해 마르크스주의적 담론을 재구성하는 알튀세르와 발리바르의 '일반화된 마르크스주의'는 여러점에서 푸코, 들뢰즈, 데리다 등의 포스트구조주의와는 구별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우선 알튀세르와 발리바르의 '스피노자-마르크스주의'는 마르크스에 대한 '규정적 부정'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것이다. 그들은 정확한 논점에서는 마르크스의 테제들에 대해 반대함으로써만 전개될 수 있는 질문들을 마르크스의 텍스트들 속에서 추출해 내고자한다.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애도작업'은 마르크스주의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어야하며, 마르크스가 죽는다면 그것은 분명 그에게 '어울리는' 죽음이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스피노자-마르크스주의는 마르크스주의뿐만 아니라 구조주의에 대한 '애도작업'이기도 한 것이다. 마르크스/프로이트 또는 알튀세르와 라캉이라는 '사상의 스승들' 이후에 전개되는 포스트구조주의의 시대는 마치 칸트와 헤겔 이후 독일 관념론의 '에피고넨'의 시대와 비교될 수 있을 것이다. 마르크스/프로이트 또는 헤겔/스피노자 대 니체/하이데거의 논쟁, 알튀세르/라캉 대 푸코/들뢰즈/데리다 사이의 논쟁은 혁명 대 좌익주의라는 쟁점과 연결되는 과학대 낭만주의라는 쟁점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론에 따라 포스트구조주의와의 쟁점을 분명히 하면서 알튀세르와 발리바르의 스피노자-마르크스주의 도는 일반화된 마르크스주의의 문제 설정을 좀 더 부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이리하여 이번에 발표하는 '과천연구실 세미나3'은 『마르크스주의의 전화와 '인권의 정치':알튀세르를 위하여』('과천연구실 세미나1'. 문화과학사, 1995)를 텍스트로 한 강의록과 발리바르의 『마르크스의 철학』('과천연구실 세미나2', 문화과학사, 1995)과 데리다의 『마르크스의 유령들』 사이에 제기될 수 있는 쟁점들을 정리한 두편의 글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지난 세미나의 또 다른 주제는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학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를 통해 알튀세르와 라캉 사이의 제기될 수 있는 이론적인 쟁점들이 또한 스피노자-마르크스주의와 '프로이트-마르크스주의', 일반화된 마르크스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 사이에서 제기될 수 있는 쟁점들과도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 세미나의 성과도 곧 『알튀세르와 라캉:'프로이트-마르크스주의'를 넘어서』('과천연구실 세미나4')라는 제목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에 나온 '과천연구실 세미나' 1,2에 대해 독자들이 보여준 관심과 성원은 기대 밖의 것이었다. 또 도서출판 공감의 김상영 사장은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과천연구실 세미나' 3,4의 출판을 기꺼이 맡아주었다. 독자들과 출판사 관계자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과천연구실 성원들도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드린다.
1996년 5월
2006-07년 두 해에 걸쳐 진행된 과천연구실의 작업은 헤겔-마르크스주의와 공납제 세계제국이라는 일반화된 마르크스주의의 쟁점 또는 경계를 탐구하려는 시도인데, 그 결과는 네 권의 연구노트로 출판된 바 있다. 두말 할 나위도 없는 일이지만, 이런 작업은 『마르크스주의의 전화와 '인권의 정치': 알튀세르를 위하여』(문화과학사, 1995), 『알튀세르를 위한 강의 : '마르크스주의의 일반화'를 위하여』(공감, 1996),부터 『역사적 마르크스주의: 이념과 운동』(공감, 2004), 『일반화된 마르크스 주의 개론』(공감, 2006)까지 지난 10여 년 동안 생산된 과천연구실의 성과를 토대로 하는 것이다. ('개정판 후기' 중에서)
헤겔이 정신- 또는 그 형상으로서 문화-이라고 부르는 내재적 공동체란 개인이 동일화하는 보편적 의식을 의미한다. 따라서 보편적 개인으로서 주체를 형성하는 매커니즘인 정신-역사 속에서 세계정신으로 생성되는 인민정신-이 바로 전현대적 이데올로기와 구별되는 현대적 이데올로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 몇 가지 추가적인 쟁점에 대한 연구노트다. '마르크스주의를 위한 철ㅇ학'으로서 스피노자인가 헤겔인가라는 문제를 둘러싼 쟁점과 현대 자본주의를 대상으로 하는 '유한한 이론'으로서 마르크스주의를 전현대 공납제로 일반화하는 문제를 둘러싼 쟁점이 바로 그것이다.
<춘추>의 의리가 실행되면, 천하의 난신적자가 두려워할 것이다(春秋之義行, 則天下亂臣賊子懼焉). ― 사마천
세계사는 세계심판이다(Die Weltgeschichte ist das Weltgericht). ― 프리드리히 실러
이 책의 주제는 부제가 가리키듯이 '한국현대지식인의 역사'이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자본주의의 역사>(공감, 2015)를 보충하려는 시도인데, 사회성격 논쟁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논쟁의 대상인 자본주의의 역사만 주목하고 논쟁의 주체인 현대지식인의 역사는 간과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이 '한국의 불행'일 수밖에 없는 것은, <봉건제론>(공감, 2013)에서도 이미 지적했듯이, 지식인의 기형적.불구적 성격 때문이다. <일반화된 마르크스주의 개론>(공감, 2006; 개정판: 공감, 2008)에 이어 <한국자본주의의 역사>와 <'한국의 불행'>이 한국사회성격 논쟁을 개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겠다. <일반화된 마르크스주의 개론>, <봉건제론>, <한국자본주의의 역사>의 교정표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2016년 10월
이 책에서 제시되는 철학사와 헤겔에 대한 관점은 엥겔스의 <루트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 고전철학의 종말>로 소급되는 마르크스주의의 전통적인 철학적 관점, 즉 관념론과 유물론의 투쟁으로서 철학자라는 관점과 헤겔의 관념론적 체계와 변증법적 방법의 구별이라는 관점을 대체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