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산행이란, 해가 중천에 뜰 무렵 일어나서 하는 산행이 아니라 새벽밥 지어 먹고 산에 들어서서 맑은 공기 마시며 자연의 친구들과 넉넉한 시간을 보내는 행위입니다. 사계절 변하는 모습도 관찰하고 내 맘에 맞는 나무가 있으면 그 밑에 서서 말도 걸어보며 천천히 걷는 산행입니다.
저는 지금부터 나무가 되어 그 동안 나무가 하고 싶던 이야기들을 당신께 전할 겁니다. 그 동안 나무에 대해서만큼은 잘 안다고 자부해왔었는데, 막상 쓰다 보니 부끄러운 게 많습니다. 나무가 저에게 '나에 대해 그것밖에 모르냐'며 핀잔을 줄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아픈 나무가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세상을 꿈꾸며 용기를 내봅니다. 당신만이라도 제가 전하는, 아니 나무가 전하는 이야기를 듣고, 아픈 나무를 따뜻하게 위로해줄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