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재목으로 쓰이려면
시궁창에서 삼 년을 썩어야 하고
거기서 성한 것만을 골라내어
흐르는 물에서 삼 년을 견뎌야 하고
그 견딤을 이겨낸 것만 가려내어
또 그늘에서 삼 년을 바람에 견뎌야만
비로소 제 구실을 한다지 않은가.
원고를 정리하며
부끄럽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시집 발간을 앞두고는 언제나 설레임과 두려움이 인다. 특히 이 시선집은 선집이라서 그런 감정의 기복이 훨씬 되다.
사십 오 년에 걸쳐 쓴 시 중에서 100편을 고르는 일, 특별히 애착이 가는 시를 고른다는 게 수월치 않다.
시인의 영혼에 점화되었던 빛, 모든 이의 마음 깊은 곳의 빛, 그 빛이 시다.
시가 모두의 연인이었으면 좋겠다. 시는 사람이니까.
너의 중학교 입학 기념으로 할머니가 고른 시 365편을 선물하기로 했다. 시를 선택한 이유는 시 속에 철학이 있고, 인문학이 있고, 인생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세 끼 밥을 먹듯이 하루에 세 편을 읽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너무 많고 하루에 한 편씩만 시를 읽는다면 시는 너의 정신과 정서를 가다듬음과 동시에 생활의 갈피갈피에 서 느끼는 어두움을 걷어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