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진핑, 아베… 최근 한반도를 시끄럽게 만든 주변 강대국 리더들의 이름이다. 전 세계 국가의 리더들만 떠올려봐도 우리가 얼마나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를 바로 느낄 수 있다. 이런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우리 조직이 처한 현실은 돈, 사람, 시간 등 모든 것이 부족하고 고객과 공급자를 둘러싼 생태계 상황은 계속 바뀌고 있다! 속도가 문제일까? 하지만 1990년대 기업 문화에서 중요한 화두는 '스피드 경영'이었다. 속도는 30년 전에 이미 강조됐던 아주 오래된 화두다. 대한민국 정부는 IT 강국에서 AI 강국으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3대 분야, 9대 전략, 100대 실행 과제를 포함한 'AI 국가 전략'을 공개했다. 그런데 2016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AI의 중요성과 미래 전략을 피력할 당시에 구글은 전 세계 AI 기업에 대한 최다 M&A를 수행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에서 AI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상태였다. 역량 있는 조직과 특허는 미래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무엇을 근간으로 AI 국가 전략을 수립했을까?
국제 정세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미묘한 지정학적 상황, 천연자원의 혜택이 거의 없는 나라, 세계 수위를 달리는 저출산율과 고령화, 부족한 규모의 경제.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결국 R&D와 기술 우위 기반의 제품 차별화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 쉬운 길이 아니다. 조직의 기술 역량이 충분하지 않고 능동적인 조직 문화가 받쳐주지 못 한다면, 국내외의 어려움을 딛고 글로벌 사회의 리더로서 우뚝 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긍정적인 요소도 많다. 그중 하나를 꼽는다면, 바로 학습 능력이다. 다만, 남에 대한 학습만으로는 1등이 되기 어렵다. 학습을 기반으로 한 지속적 혁신은 어떨까? 1등에 대한 비전이 좀 더 다가오는 느낌이다. 하지만 여기에 항상 따라오는 화두가 있다. 어떻게? 어떻게 하면 우리 조직이 학습과 혁신을 내재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에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하고, 조직이 원하는 매출과 수익, 나아가 긍정적인 고객 피드백까지 얻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조직을 고성과 조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많은 연구 조사와 실험, 인사이트를 품고 있다. 지속적 전달, 아키텍처, 제품 및 프로세스, 린 관리 및 모니터링, 문화라는 다섯 가지 관점에서 고성과 조직으로 가는 핵심 요소를 제시한다. 또한 기존의 성숙도 모형(capability model)이나 애자일의 스토리 포인트 기반 진척도(velocity) 등과 같은 전통적인 측정 지표 대신에 리드타임과 변경 실패율(change fail rate) 같은 고객 가치에 초점을 맞춘 실질적인 지표를 제시한다.
유닉스 및 Windows 등 여러 분산 플랫폼 기반의 프로젝트들에 대한 개발과 운영, 그리고 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1999년에 처음으로 C++ 프로그래밍 책을 출간했다. 이후 대규모 금융 프로젝트에 팀장으로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2년 eXtreme Programming 책을 번역 출간했다. 그 후에도 프로젝트 경험이 쌓일 때마다 책을 계속 출간해왔고, 어느덧 17번째 책 출간에 대한 서문을 작성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
그동안 가장 많이 변한 것은 개발과 운영을 둘러싼 기술 환경이다. IBM 호스트로부터 다운사이징하며 고군분투하던 시절에서,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클라우드 네이티브(Cloud Native) 기반의 시스템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세상이 됐다. 이렇게 IT가 세상을 빠르게 변화시켜갈수록 기계나 IT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해 보인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을 이롭게 하는 통찰은 그 이상으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사람들의 욕망과 치열한 시장 경쟁 상황이 여전히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역자는, 얼마 전에 "피카소로부터 배워보는 애자일 요구사항 관리의 인사이트"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열었다. 애자일이 소프트웨어 영역, 즉 '디지털 세상 창조' 부분에서 많은 발전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IT보다는 인간의 본질과 욕망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만든 세미나였다. 디지털 가치를 현실 세상에 추가하는 과정에서 인간 욕망에 대한 불확실성 및 복잡성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피카소의 여러 작품과 함께 이야기했다.
르네상스로부터 이어진 전통적 화풍을 벗어나 혁신적인 입체파를 창시하며, 다양한 시공간으로 예술가적 관점을 확장시킨 피카소는 자연과 인물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속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예를 들면, 피카소는 고향인 스페인의 내전을 보면서 전쟁과 폭력에 대한 아픔을 강하게 느꼈고 그의 비판적인 메시지를 대표작 중 하나인 게르니카에 담아냈다.
피카소의 다양한 그림과 화풍, 그리고 노력으로부터 우리는 인간과 인간의 욕망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고, 피카소의 작품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춤, 음악이나 다양한 문학 작품 속의 세상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학습할 수 있다. 그에 따라 고객과 사용자에게 더 많은 가치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인사이트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세미나를 마쳤다.
이처럼 예술과 문학을 통해 세상과 사람에 대해 배울 수 있다. 하지만 현실과의 간극은 매우 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책처럼 실무적 관점의 다양한 IT 이야기를 통해서라면, 보다 직접적이면서도 친숙한 방법으로 세상의 변화를 배우고, 사람과 조직을 이해하면서, 고객과 사용자에게 보다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어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주인공인 맥신(Maxine)은 회사에서 진행 중인 열악한 프로젝트 환경에 대해 깊게 실망했고, 주류에서 동떨어진 많은 개발자의 아픔에 강하게 공감했다. 맥신은 경영자와 마케터를 이해하고자 노력했으며, 다양한 고객과 사용자를 위해 동료와 가치 있는 일을 언제든지 할 준비가 된 애자일 개발자였다. 또한 맥신은 조직을 이해하고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아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열정을 가진 리더이기도 했다.
맥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개발과 운영에 대한 다양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높은 수준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와 같은 맥신의 행동 속에서 우리는 애자일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는 5가지 이상(ideals)인 지역성과 단순성(Locality and Simplicity), 집중(Focus)o흐름(Flow)o즐거움(Joy), 일상 업무의 개선(Improvement of Daily Work), 심리적 안전(Psychological Safety), 고객 중심(Customer Focus)이 어떤 역할을 하고 왜 중요한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조직의 실질적인 변화와 혁신을 이루는 데 일조하면서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어가는 리더로서의 역량을 계속 키워가는 우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더 나은 디지털 세상으로부터 더 나은 현실 세상이 만들어지기를 기원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실제 프로젝트나 제품 개발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애자일 방식에서 더 많은 가치와 가능성을 찾아 애자일을 실제로 적용하며 프로젝트나 제품 개발에서 성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런 생각이 이 책을 번역한 계기가 됐다.
하지만 전통적인 방법은 나쁘고 애자일 방법은 좋다는 오해는 하지 않길 바란다. 전통적인 방법론 체계도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POC(Proof of Concepts), 파일럿, 프로토타이핑, 단계적 접근, 변화 관리 등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많은 지식과 경험을 함께 적용해왔으며, 애자일이라 해도 충분한 준비 없이 적용한다면 오히려 지속해서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SOA(Service-Oriented Architecture)나 PMBOK(Project Management Body of Knowledge)와 같은 전통적 개발 및 관리 방식 안에는 사람과 조직, 업무, 아키텍처, 관리, 프로세스 등 다양한 가치에 대한 통찰과 지식체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부족한 예산과 기간, 충분하지 않은 자원, 신기술 및 비즈니스간 융복합 적용 전략, 코로나19와 비대면의 중요성 등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복잡하고 불확실한 상황이 점점 심화됨에 따라, 경쟁력 있는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애자일 접근이 보다 바람직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애자일이 변화하는 현실과 모든 제약 상황을 극복하고 항상 프로젝트나 제품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주지는 못한다. 이 책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욕망과 더욱 치열해지는 조직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효과적으로 실체화하는 저자들의 좋은 사례와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중요한 가치와 수단들을 이 책에서 발견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더 많은 프로젝트 및 제품 개발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세상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 직장이었던 현대전자에서 소속 조직이 근무 4년 만에 구조 조정됐다. 이후 그 아픔을 잊으려 좋은 조직에 안주하기보다 대규모 프로젝트 수행에 집착했다. 차세대와 같은 커다란 프로젝트에서 벌어지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강의나 책으로 정리하는 과정으로 나의 존재를 증명하면서 삶의 보람을 느끼는, 다소 험난한 여정을 걸어왔다.
수백에서 수천 억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일반적으로 수백 명의 사람이 여러 건물에 분산돼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다양한 조직 간 이해와 반목을 길게 이어간다. 대규모 예산 기획과 편성, 집행을 둘러싼 경영진과 수행 조직 간 괴기한 마찰과 충돌 속에서의 상황 파악과 모니터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관성 있는 전략의 추진도 커다란 노력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광범위한 요구사항 범위 관리와 서로 대립하는 품질 속성과 이해관계자 간 조율은 뛰어난 리더십을 요구한다.
어떻게 하면 서로 다른 수십 개의 팀 상황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살펴보면서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최적화된 협업 체계를 만들고, 고객이 원하는 비즈니스 가치를 효과적으로 창출할 수 있을까? 더구나 2020년부터 이어진 팬데믹 상황으로 세계정세는 더욱 빠르게 바뀌기 시작했고, 다양한 기업 및 조직의 대응 전략도 다른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가트너 트랜드 2021에도 '탄력적 전달(Resilient Delivery)'이라는 시간의 축이 새롭게 등장했다. 우리가 속한 세상은 지금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바로 이 책에 힌트가 있다.
이 책은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일어날 수 있는 난감한 상황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인공인 빌(Bill)이 속한 IT 조직은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면 구조 조정으로 IT 부서 전체가 아웃소싱으로 사라질 상황이다. 그래서 이 책의 인물들이 처한 상황에 쉽게 공감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에 더욱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읽었는지도 모른다.
원서에는 다른 IT 관련 책에서는 보기 어려운 욕이나 저속어, 술 취한 영어, 존댓말, 의도적인 오타뿐만 아니라 경영이나 IT 전문 용어들도 간간이 등장해 적절한 표현을 찾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점이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하다. 우리의 소소한 일상이나 격무에 시달리는 업무 현장 속에서 IT 관련 통찰을 찾아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권하는 다른 이유는 재밌어서다. 그리고 비즈니스와 IT 모두에 걸친 통찰력을 선사한다. 미래의 변화에 조직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기도 한다. 읽어볼 만하지 않은가?
비즈니스와 IT의 만남에 축복이 깃들기를 바라며
이 책의 감수를 맡았을 즈음,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증진시키기 위해 SAFe(Scaled Agile Framework) 컨설턴트 과정인 SPC(SAFe Program Consultant) 연수 목적으로 스위스를 방문했다. 놀랍게도 이 책은 스위스에서 배운 지식과 많은 부분에서 같은 컨텍스트를 지니고 있었고 내가 원하는 많은 얘기가 담겨 있었다.
세상은 매우 빠르게 변한다. 어떤 조직은 이런 상황을 심각한 위기로 인식하지만, 어떤 조직은 다시 없을 기회로 여길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시킨다. 그 차이가 무엇일까? 이것이 책을 감수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다.
이 책은 SAFe를 전혀 다루지 않는다. 그런데도 SAFe와 이 책은 무엇이, 어떻게, 왜 변하는지를 알고, 변화로 인한 복잡성과 불확실성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SPICE, CMMi, ITIL 등 전통적 프로세스 및 성숙도 기반 체계에 대한 컨설팅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SAFe야말로 급변하는 세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원칙과 프랙티스, 가이드, 사례를 담고 있는 보고와 같은 것이었다. SAFe는 기업 비즈니스 전략, 가치 흐름(Value Stream) 전략, 시장과 고객 요건(Epic, Capability, Feature, Story, Functionality, Nonfunctionality) 중심 역할과 활동을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또한 데브옵스(DevOps) 기반의 지속적 전달(Continuous Delivery) 체계와 고객 요청에 따른 온디맨드 지속적 탐색(Continuous Exploration), 지속적 통합(Continuous Integration), 지속적 배포(Continuous Deployment) 기반의 리드 타임(Lead Time) 최적화를 강조한다. 이와 함께 다양한 경영진들과 조직 내 리더 및 실무자들 간 일체성(Alignment) 있는 협업 체계를 포용하기 위해 린 애자일(Lean-Agile) 관련 가치, 원칙, 핵심을 기반으로 다양한 역할, 활동, 결과, 가이드를 정의한다. 이들 모두가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영역들이다.
이 책을 선택한 출판사와 번역한 역자의 통찰도 놀랍지만, 저자가 CEO와 CIO를 포함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여주고 있는 통찰 또한 놀랍다. 개선과 혁신을 조직에 반영하기 위한 복잡성과 불확실성 대응 역량은 중요하지만, 그것을 조직에 내재화해 지속적 성장과 경쟁 우위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역사 속 얘기, 경영 및 통계적 지식을 바탕으로 미래 경쟁력을 갖추는 데 필요한 컨텍스트를 조금씩 조급하지 않은 목소리로 하나씩 풀어내고 있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많은 리더에게는 때때로 양식과 쉼터가 필요하다. 이 책은 지식이 들어 있는 양식과 경험을 포함한 쉼터를 제공한다. 이 책을 이용해 복잡함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이 세상을 조금씩 허물어 조직 역량과 고객 가치로 전환시키는 디지털 리더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