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문학청년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현실의 완강함에 비추어 그때는 시를 쓴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보다 더 급한 것들이 그 시절엔 얼마든지 있었다. 그렇다면 다시 필을 잡아들게 한 것은 무엇인가. ... 밥 벌어먹자고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면, 폼을 잡기 위해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면, 내 쓰는 글이 땀을 흘리는 것보다 정녕 부끄럽지 않을 수만 있다면, 나는 시가 황소보다 힘이 세다는 것을 믿는다. - 「실천문학」2002년 가을호, '신인상 당선 소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