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던 한겨울을 뒤로하고 어느덧 봄맞이를 시작하였다. 분주한 일상, 기쁨, 고뇌를 재대로 다듬지 않아 매끄럽지 못한 들풀 같은 시집을 막 탈고하였다. 가슴으로 퍼올린 잊지 못할 영겁의 사랑을 담은 첫 시집『시를 항아리에 담그리라』를 펴낸다. 행복은 언제나 어두움 뒤에 찾아오는 듯하다. 참으로 오랜만에 가져보는 여유로움은 마치 가을 하늘의 담백함처럼, 봄 들판의 연둣빛 새싹들의 속삭임처럼, 창문으로 넘어온 따사로운 햇살처럼 모두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인연 속에서 해산의 기쁨을 더해 주는 것 같다.
다사다망하신데도 헌신적으로 시작詩作을 지도해 주신 이순옥 선생님, 시집의 출판을 위해 마음 써 주신 김병각·김정동 회장님 그리고 사십년 넘게 함께한 나의 반쪽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리고 싶다. 갓 시집온 새색시처럼 서툴고 부끄러운 그러나 한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생애 첫 시집『시를 항아리에 담그리라』를 내어 놓는다.
2019년 4월 21일 부활절을 맞이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