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지하다시피, 모더니즘 문학은 그 형식, 즉 문체, 기법, 언어를 최대의 활력으로 삼는다. 예를 들면, 모더니즘의 증언이라 할 <율리시스>의 여러 서술 기법과 문체 중 하나로, 시와 산문의 경계를 붕괴시킨 사상파(이미지즘) 시의 원칙이 있다. 이러한 장르적 경계의 붕괴는 시산문 또는 산문시를 낳고, 또한 여기에는 해석의 다양성, 암시성, 모호성(그 자체가 작품의 본질이기도 하거니와)이 뒤따른다. 조이스의 작품은 산문이자 시 자체이기 때문에, 간혹 그 소설성이 의심받기까지 한다.
역자는 그간 <율리시스>의 초기 번역본 출간 이래, 그 미진함에 대한 우려와 함께 결정판을 향한 갈망을 결코 떨치지 못했다. 이번 새 번역에서는 누락된 것들을 발견하고, 지금까지 간과된 요소들을 첨가하며, 불확실한 부분을 해소하는 등 많은 것을 보완하고 첨가했다. 이번 번역에서는 작품의 형식과 언어의 모방에 더 큰 주안점을 두었다. ... 작품에 담긴 무궁한 문학성, 지력, 익살과 유머, 맛과 향기, 언어, 독자를 빨아들이는 마력,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그 엄청난 즐거움을 독자로 하여금 감득하게 하는 것이 이 번역의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