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미국에선 진보정치의 허구와 진보인사의 위선을 다룬 책이 많이 나왔고 그런 책들이 대단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다. 2004년에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것은 책 시장에서 보수가 압도적으로 승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의 보수가 지난 20년간의 문화전쟁에서의 패배를 딛고 다시 일어난 것은 책 시장을 장악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 정국이 본격화되자 나는 좌파 진영 뿐 아니라 한나라당에 비판적인 글을 발표했다. 정체성을 상실하고, 리더십도 찾아보기 어려운 한나라당은 하나의 ‘악몽(惡夢)’이었다. 나라의 기틀이 흔들리는데, 명색이 야당인 한나라당의 인식은 안일하기가 이를 데 없다. 한나라당은 좌익 간첩의 상투적 용어인 ‘비핵 반전 평화’를 당의 슬로건으로 내 걸었다. (북의 김정일 일당이 그것을 보고 웃었을 것이다.) 내가 그것이 좌익 간첩의 슬로건이라고 몇 번씩 지적했더니, 그것을 지우고 ‘선진 평화 미래’라는 흐리멍텅한 슬로건으로 슬그머니 바꾸었다. 나는 이런 줏대없는 정당이 정권을 창출할 수 있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이끌 수 있는지 회의적이다. 물론 한나라당에도 개별분야의 지식을 갖춘 의원들은 제법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 식견과 지혜, 그리고 용기를 갖춘 의원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것은 전문지식이 아니라 지혜와 용기(wisdom and courage)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