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들의 심부름꾼이라 해서 아무리 고위직 공무원이라 해도 공복(公僕)이라 부릅니다. 대통령도 예외일 수가 없죠. 한국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겠지만, 최고 권력자들은 공복 신분임에도 그들의 주인인 국민들을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표 구걸할 때만 기술적으로 친절을 가장하죠.
그들의 허위에 가득 찬 언사를 분석해보고 싶었고, 이른바 선진민주국가의 리더들의 스피치는 한없이 따뜻하고 기발하며 품격이 넘치는 유머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 한 것입니다. 웃음을 아는 대통령이 선정을 펼칩니다. 유머의 가치가 그런 것이죠.
감히 자신하건대 유머를 학술과 예능적으로 분석하고 제시한 이런 글은 흔치 않을 것입니다. 작가는 코미디 창작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이미 석사와 박사 학위 논문을 「코미디/유머와 인간행복의 상관관계」를 다뤄 취득했습니다. 자찬이 될까 저어 하지만 국내 정치지도자의 스피치, 특히 유머스피치에 관한 한 수준 있는 심층적 분석을 한 건 이 책밖에 없다고 봅니다.
여타의 흔한 정치유머집과는 그 결이 다릅니다. 그래서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메타포 레토릭(비유적 수사)들이 자칫 흥미를 반감할까 걱정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현직은 물론 대통령을 꿈꾸는 이른바 잠룡들에게 죽비 같은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유권자들에게는 지도자들을 고르는 선택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리라 봅니다.
-저자 인터뷰 中
성(性)이란 그것이 품고 있는 사랑의 의미와 환락의 크기는 엄청나면서도 그 과정은 실로 단순하고 매번 같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지위가 어떻든 매번 '사랑의 이야기'에서 불끈 정염이 솟는 것ㄹ 느낀다. 또 하기에 따라서 끝없이 이어져 나오는 게 '성담(性談)'이어서 영원히 제1의 쾌락의 소재가 된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고를 지향하는 시대입니다. 세상사 모두가 그렇습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삼류에서 벗어나 일류소리 들으며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모양입니다. 사실 2등은 겨우 위로를 받을 뿐, 대접을 받는 건 오직 1등이기 때문에 누구나 튀는 쪽을 지향하고 있다고 봅니다. 직장과 사회에서 최고가 되고 싶고, 일류 구성원이 되고 싶지만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어렵기에 누구나 될 수 없으며 또 그러기에 누구나 되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이른바 ‘안녕하십니까 대자보’가 열풍을 불었던 적이 있습니다. K대생이 학우는 물론 사회에 대고 부르짖은 외침이었는데요, 내용은 우리가 처하고 있는 굵직한 이슈들에 대한 일침이었습니다. 그 대자보는 주연 자리에서 밀려나 있는 사람들도 잘 살아볼 기회를 갖자, 상위라고 하는 사람들의 껍데기를 벗어라 하는 일침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대자보를 처음 쓴 학생은 그 글만으로 일류로 등극을 했습니다.
우리는 그 대자보사건에서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하는 것이구나, 이런 식으로 하면 되는 거였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생각을 할 머리가 있고 말을 할 수 있는 입이, 글을 쓸 수 있는 손이 있습니다. 정확하고 재미있게 자기표현을 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말과 글에 신경을 쓰자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주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사실 사람들은 이론적으로는 말과 글의 효능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다만, 행하는데 무슨 특별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서 밖으로 표현을 잘 못합니다.
다른 사람을 움직일 정도의 말과 글을 쓰면 분명히 이익이 온다는 것을 알면서 마음속으로만 품고 있다가 아쉬움으로 끝나기도 하고, 어설프게 시도하다가 적이 당황하는 수가 많았으니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는 것이죠. 그 사정을 잘 압니다.
하지만 절망할 일이 아닙니다. 후천적 노력만으로도 입담과 필력이 세어지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잖습니까.
김삿갓, 황희, 임어당, 레이건, 처칠, 양주동, 김대중, 황석영, 히딩크, 황수관, 전유성, 신동엽, 유재석, 김제동…들이 대표적 인물들입니다.
따라서 친구나 동료, 세상에 대하여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고 글을 쓰는 게 불가능한 일은커녕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읽고 쓰고 말하는데, 조금의 노력만 가하면 가능합니다. 이 글 속의 이야기들이 도움을 드릴 것이라 감히 자신하여 꼭 당신에게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읽기 쉽고 손에 쥐기 편하게 책을 만들어주신 디아포라스 출판사 손동민 팀장, 삽화를 맡아준 절친 유환석 화백과 무엇보다 매주 2차례씩의 ‘말글레터’를 읽고 이메일 답글로 격려를 해주신 5천여 지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서문
머리말
말과 글에 대한 김재화의 생각
맛있는 말은 잘 먹힌다
휴가 나온 군인에게, 친정 들른 딸에게 ‘왜 이렇게 자주 와?’ 하면 무척이나 섭섭하기 마련입니다. 한참만의 시간임에도 풀 방구리에 뭐 드나드는 것처럼 여기며 ‘또?’라며 힐긋 볼 때 말입니다.
새 책을 냈고 ‘북콘서트와 공개특강’을 한다니, 주위 어떤 사람 하는 말 “어제도 신간 나오지 않았어?” 군인, 딸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이 책이 53권 째입니다만, 제 나이 수보다 적은 1년에 한 권씩도 쓰지 못한 이 속도는 고속도로 저속운행차량 적발감입니다. 명색 전업전문 글쟁이라는 사람이 식솔들 밥벌이에도 게으른 것이니 단단히 직무유기 한 거죠. 암튼 이 책은 1년 넘겨서 나왔습니다.
아, 이런 시시콜콜 내 얘기 그만, 책 내용 같은 거 설명 드리겠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설령 양서일지라도 머리말 정도만 읽고 내던져버리는 사람이 많은데요, 제 책도 자칫 라면냄비 받침대로나 덜렁대는 테이블 고일 거로 쓰고 말 사람들이 계실 수 있어 이 글에 ‘심혈을’(!) 기울여보겠습니다.
말 잘하고 글 잘 쓰면 최고의 재능 지닌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특히 ‘말’은 특정인의 특별한 재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의 필수적 소양이어야 함에도 대다수 사람들이 크게 솜씨부족을 느낍니다. 설령 내가 대빵 통치자이어서 말을 안 해도 모두가 알아서 설설 긴다해도요, 아닙니다! 말재간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역대 절대 권력자 중 한 사람도 “내가 꼭 말을 해야 아나?”라 하며 자신의 ‘속뜻 이해에 둔감한’ 이들을 심하게 야단치곤 했답니다. 그러나 지시하는 사람이 제대로 말을 못한 탓이지 받들어 모시는 사람 흠결은 아닙니다, 절대!
김 작가가 ‘말 잘하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늘 아쉬워하는 것이 있습니다. 자기 말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아무도 흥미를 가져주지 않아서 말하는 것 자체가 재미가 없고 급기야 불안감까지 갖는다 하는데요, 그러면서도 걱정만 하지 잘 하려는 노력은 전혀 않는 점입니다. 숫제 이상합니다. 시험 앞둘 땐 밤샘 공부도 하고, 골프라운드 전날 500개 넘는 공을 때리고 나가면서 상담이나 계약, 상견례, 소개팅, 축사, 회의, 자기소개 심지어는 면접 보러가면서도 입 움직이는 사전연습은 왜 안하냐는 겁니다, 제 말이요! 뭐, 혀에 식스팩 생길 정도는 아니더라도 입을 여러 차례 벙긋벙긋 움직이며 소리 내보는 준비는 진짜 필요합니다. 그럼 스피치 트레이닝은 어떻게 하느냐구요? 이 글 끝까지 잘 읽어보세요.
자, 이제 책 구성내용 특징이랄까, 그 것 좀 먼저 살핍니다.
첫째, 무엇보다 말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을, 우회적 설명이지만 힘 줘서 말했습니다.
둘째, 누구나 연단, 마이크, 대중, 무대공포증이 있습니다. 말 꺼내기가 노래방마이크 들듯 쉬워지는 법을 설파하고자 했습니다.
셋째, 내가 잘 아는 말이지만 버려야 한다, 잘 안 쓰는 말이지만 당장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이런 말 저런 말씀’ 예를 들어 강조했습니다.
넷째, 조금만 신경을 쓰면 우리말을 정확히 할 수 있고, 말이 고급스럽게 바뀔 수 있기에 착각이나 혼동하기 쉬운 말들을 다수 보기 좋게 진열했습니다.
다섯째, 학술용어 같은 거 많음 어렵고 그래서 책을 쉽게 덮어버릴까 봐 일방적이고 주입식으로 가르치지 않고, 함께 이해하고자 우리 주변 이야기를 말랑말랑한 에세이나 칼럼 식으로 썼음도 말씀 드립니다.
글쓰기는 오롯이 시간과 창의성이 질량의 전부이어서 이 책은 1년 이상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고(고르고 가다듬고)… 를 했다는 것도 알아주심 고맙겠습니다.
아, 말하기 연습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해야 할 말 먼저, 하고 싶은 말 다음으로 순위 정한 메모지 보면서 실전처럼 5차례 이상 하시면 됩니다. 조기축구도 그렇게 연습하잖습니까! 더 효과적 비책, 맛있게 말해서 팍 먹히게 하는 요령은 이 책 곳곳에 산재해있다고 감히 자부하니 열심히 읽어보시고요.
졸문 拙文이란들 항변 못할 글들을 명문 名文이라 치켜 주며 선뜻 출간을 맡아주신 넥센미디어의 예리한 감각을 지닌 김흥중 편집국장, 글과 책, 작가를 귀하게 여겨주는 덕성 깊은 배용구 대표께 태평양보다 더 큰 고마움을 표합니다.
2019년 햇살 좋은 날 가양동 ‘말글공장’에서
작가는 숙명적으로 남들이 보거나 말하길 꺼려하는 특별한 것을 목격한 원죄인이어서 그걸 고배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자, 여러분이 이 작가에게 내려준 '色笑文士(야하고 웃기는 글을 쓰는 자)'라는 귀한 아이덴티티, 인간들의 성적인 욕망, 은밀한 결합을 위한 지혜, 기이한 인연, 음험해 입에 올리기 민망한 풍속... 들을 낱낱이 지껄여야 하는 이름표를 자랑스럽게 달고 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