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제 21세기의 문턱을 넘어 이 시대를 능동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시점에서 한국학의 방향은 또 어떻게 바귀어야 하는가. 이 문제는 한국학 연구자에게 당연히 던져져야 할 질문이다. 한국은 지금 산업화시대를 훌쩍 넘어서서 지식정보화시대로 접어들었다. 한국의 경제력은 세계 10대 강국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나는 이 책을 쓰면서 대한제국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얻었다. 대한제국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독립협회나 개화파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대한제국의 입장에서 독립협회와 개화파를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한국근대사 연구의 시각을 조정하는 데 일조가 되기를 희망한다.
한국의 고지도는 세계 각국의 고지도 가운데 상대적으로 우수하고 예술적이라는 것이 세계 지도학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조선시대 학자들도 중국에 비해 우리의 지지(地誌)는 낙후되었지만 지도는 더 우수하다고 자부했다.
지도문화유산이 이렇듯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실상을 거의 모르고 있다. 그것은 대형지도의 영인(影印) 보급이 비용상으로나 기술적으로 매우 힘들고, 원본에 대한 접근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지도의 영인 보급과 고지도에 대한 해설서의 간행은 누군가에 의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시급하고도 중대한 사업이다. 이 책의 편찬은 이러한 여망에 조금이라도 부응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앞으로 해설사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개별지도의 인쇄실물이 독자들의 손에 전달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21세기 문화의 세기에 내 고장을 사랑하고 내 고장의 문화재를 이해하고 복원하는 일에 고지도는 크게 기여할 것이다.
독자들이 더 쉽게 <반차도>에 접근할 수 있는 가이드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새로 제작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전통문화를 일반국민과 외국 관광객을 위해 당당하게 내보일 만한 문화상품이 부족하다는 점이 늘 안타까웠는데, 이 조그만 책자가 수원과 서울에서 벌어지는 화성행차의 실연과 더불어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와 자긍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