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에세이집을 낸 지 겨우 두 해 반 만에 또 에세이집을 내는 마음이 아무래도 좀 계면쩍다. 어느 누군가에게 앞으로는 이런 책을 내고 싶지 않다고 힘주어 말하던 기억도 난다. 글은 쓰고 싶은 욕망에 의해 씌어지지만 써놓은 글에는 늘 삶의 일선을 지켜내지 못한 부끄러움 같은 것이 어른거린다. 공자도 "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결국 많은 말을 남겼다. 해결될 수 없는 모순이다. 그리고 그 모순이 형성되는 어간에 우리의 삶도 가로놓여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