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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강세화

최근작
2022년 11월 <액체사회>

별똥별을 위하여

시도 그런 경우를 겪을 때가 있다. 첫 줄을 쓸 때는 어느 정도 예상하는 설계도가 머리에 미리 정해져 있어서 계획대로 한 편의 시를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써내려가다가 어디서부터인지도 모르게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처음에 먹었던 의도와 다른 주제를 따라 벋어갈 때는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 예상하지 않은 풍경을 탐색하는 묘한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시를 쓰다 길을 잃고 갑자기 앞이 안 보이면서 단어들만 수북이 쌓여서 의미 없는 표정으로 너부러져 있을 때는 한동안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괜찮다. 아주 잊어버리고 지내다가 어느 날 이윽고 오합지졸처럼 모여 있는 단어들을 일깨워서 헐었다 쌓았다 줄을 세우다보면 새로운 모양이 생기고 낯선 손이 색다른 주제를 싸들고 들어와 끼어있는 경험을 하는 일도 있다. 그런 경험이 또한 시를 쓰는 보람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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