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백제대향로에 대한 문화사적 탐구이면서 동시에 한국 고대문화사에 대한 연구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역사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품어왔던 의문들에 대한 나 자신의 탐구서이기도 하다. 이 책을 탈고하고 나서 처에게 "우리 고대사에 대한 많은 의문들이 사라졌다"고 말했을 때 그녀가 몹시 기뻐하던 것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랬다. 나는 백제대향로와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를 통해서 우리 역사와 나 자신에 대한 정체성 혼란을 말끔히 씻어버렸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도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될지 나로서는 확신할 수 없다. 나의 짧은 글도 글이려니와, 글이란 늘 그렇듯이 생생한 감동을 빠뜨린 채 표면적이고 일면적인 지식만을 전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이들이 우리 고대사 문제를 새로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과도한 시각, 영상 문화의 문제점들이 표면화되면서 다시 귀와 소리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서구에서 귀와 소리, 듣기에 대해 열풍과 같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 그것을 잘 보여 준다. 그것은 밖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에게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 그리고 세상과 우주와 하나 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 길에는 정보와 지식보다는 삶의 의미와 지혜와 영적 성숙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