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하고 옹알이를 하고 있다. 20여 년을 이곳에서 살았지만 마음의 문을 꼭꼭 닫고 살았다. 시가 나를 두드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빼꼼히 문을 열고 보니 제주는 내가 보아 왔던 제주와 많이 달랐다. 아름답고 따뜻하지만 많이 아픈 곳이다. 곳곳에 상처들이 많다. 시를 쓰는 사람은 잘 보아야 한다고 했다. 나를 나이게 만들어 주는 곳 제주, 이곳을 감싸 줄 수 있는 시들을 지으며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제주를 더 잘 보고 잘 듣고 잘 이해하고자 한다. 긴 여정이 될 것이다.
누군가와 같이 부르던 노래를
혼자 불러야 할 때가 온다면
그것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
살아서도 죽어서도
나의 일용할 양식이 되어 준
엄마, 아빠
당신들과 같이 부르던 노래를
혼자 부를 수밖에 없는 지금
나는 만질 수 없는 당신들의
지나간 시간을 뜯어 먹으며
당신들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나는 나 때문에 고아가 되었다
2021년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