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잔혹한 참상도 참상이지만, 책을 옮기는 내내 작가가 독자들에게 이거 하나는 간절히 이야기하고 싶어하는구나 느낀 점이 있었다. 바로 시에라리온 소년들에게 소년병이 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점이다. 반군 밑으로 들어가느냐 정부군 밑으로 들어가느냐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다. 이 복잡한 이면을 온전히 이해해야 우리는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선한 어른들의 말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다. 독자들이 이 책을 계기로 아동 인권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어쩌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통찰력을 얻는 것만으로도 책의 가치는 충분할지 모른다. 한국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유년 시절이 망가진 아이들이 많다. 그들이 엇나간 행동을 보일 때 우리는 과연 잘못 자체만이 아니라 사랑과 보살핌이 결핍된 환경에도 기꺼이 주의를 기울일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