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의 역동성과 두 성의 이질성에 대한 사회적 논리가 대립하며 갈등을 겪고 있지만 그 어느 쪽도 상대 논리보다 우세하지는 않다. 두 성은 모두 나름의 장점과 특성을 가지고 있다. 현대 민주주의는 성역할을 맞바꾸는 것이 아니라, 두 성 모두를 억압하거나 배격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두 성의 차이를 섬세하게 재구성하려 하고 있다.
유행의 문제는 지식인들 사이에 화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강조할 필요가 있다. 패션이 새로운 영역을 침범하고 그 궤도 안에 모든 사회적 영역들과 모든 연령의 그룹들을 집어넣으면서 그 일시적인 권리를 가속화할지라도 현대사회의 원천과 기능을 밝히는 것을 소명으로 하는 사람들의 환심을 살 수는 없다.
패션은 객관적으로 연구하기 전에도 비판적인 반성을 자극한다. 패션을 환기시키는 것은 주로 패션을 거세하고 분리시키고 사람들의 어리석음이나 사업의 타락을 개탄하기 위해서이다. 언제나 패션은 다른 일이다. 우리는 저널리스틱한 이야기를 통해 패션에 관한 정보를 너무도 많이 듣고 있다. 그러나 패션 현상에 대한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이해는 덜 발달해 있다.
패션잡지들이 지나칠 정도로 많은 것은 지식인이 침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자층은 민주주의의 인공물과 새로운 건축물들로 흘러넘치는 패션을 망각하고 있다기보다는 '존재를 망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