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정상과 화해를 희망하며
직장인에게 노동 현장의 하루하루는 전쟁터와 다름없다. 사회에 만연한 갑을노동의 현상과 문제점은 그동안은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았다. 직장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직장인은 거의 없다. 그들의 불행을 책임지겠다는 사람도 없다. 우리는 그동안 서로를 할퀴고 비난하며 나의 불행만을 외쳐 왔을 뿐, 직장 동료가 나로 인해 혹시 어떤 불편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갑을노동의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최근의 ‘미투(Me too)’ 운동은 한국 사회의 노동 현장에서 갑질을 참아 왔던 을의 사회적 고발의 일환이다. 그동안 어두운 장막에 가려져 있었던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난 것은 다행이지만, 정치, 경제, 역사, 사회적 배경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노동 문제의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갑을노동은 법이나 계약의 형식, 조직의 위계 서열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갑을노동에서 을을 지배하며 괴롭히려는 갑의 행태는 소수의 사회 계층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갑을노동의 문제는 특정 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성원 전체의 모습이다. 우리는 갑을노동이라는 사슬 속에서 갑과 을의 위치를 오가며 서로를 힘들게 하고 있다. 이러한 갑을노동의 사슬을 끊지 못한다면 일을 통해 행복을 얻는다는 희망은 실현 불가능할 것이다. 사회 조직적으로는 수직적 관계가 형성될 수 있지만, 인격적으로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갑을노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은 ‘갑을노동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 책은 노동 시장에서 갑을 관계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문제를 법 이론과 실무의 관점에서 정리했다. 그러나 여기서 논의한 문제들은 갑을노동 현상의 일부에 불과하다. 아직 갑을노동으로 개념화되지 않은 잠재된 억압과 횡포, 근로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다양한 현상을 규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갑을노동의 문제를 개인적 차원에서 풀어 가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제도적 차원에서 불합리한 형식과 내용을 통제해야 한다. 갑을노동에서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갑으로부터 소외받지 않고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갑을노동의 유형과 관련해 보다 구체적 사례와 법적 대안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이 갑을노동의 문제를 이해하고,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들의 입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통해 하루빨리 노동의 정상正常과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