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은 사회적 배경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습니다. 더구나 재일교포는 정치, 외교와 무관하게 살아갈 수 없는 입장입니다. 한국인보다 더 남북관계의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두 나라 사이에서 사는 것은 복잡한 역사를 짊어짊과 동시에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증오 표현)가 횡행하는 상황만 봐도, 다른 나라에 사는 재외동포보다 더 고난스러운 일이 많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한편, 일본에서는 K-POP과 드라마, 영화 등 오락성이 짙은 한류 콘텐츠, 최근에는 한국 문학 작품과 같은 문화도 폭넓게 수용되어 서로를 이해해가는 토양도 성장하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 책의 <국가대표>에 나오는 고등학생들,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에 나오는 중학생들은 한국과 일본의 미래에 빛을 밝혀줄 존재들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대립하는 시대에서 이제는 함께 공통의 문제를 고민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으며, 반드시 그리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출산, 환경 문제, 여성 문제, 교육과 격차 문제, 한국과 일본에는 동일한 뿌리를 가진 문제들이 많습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손을 맞잡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 재일교포도 함께 그곳에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과거를 잊는 것이 아니라 포섭하는 존재로서, 보이는 존재로서 당당하게 그곳에 서고 싶습니다.
제 조국에서 저의 책이 출판되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제 책을 꼭 한국어로 읽고 싶은 마음에, 뒤늦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매우 즐겁고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독자 여러분, 《가나에 아줌마》라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바로 옆 나라에 사는 소시민들입니다. 이 책을 읽고 그들과 접촉해주세요. 그리고 그 삶의 방식에 놀라고, 웃고, 울며, 재일교포들을 여러분의 가족처럼 가까이에서 따뜻하게 느껴주신다면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사주팔자>는 도쿄 신오쿠보가 주요 배경이다. 신오쿠보는 한국 문화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찾아와 성황을 이루는 도쿄에서도 가장 활기가 넘치는 지역 중 하나다. 이 소설을 쓴 2011년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해였다. 당시 일본 전체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신오쿠보를 찾는 이들에게선 밝은 표정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한국과 관련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마치 <인간극장>처럼 응축된 곳이 신오쿠보라는 동네다. 거기에는 맛있는 한국 음식을 파는 한국 식당과 한류 아이돌 상품을 파는 상점뿐만 아니라 수많은 한국인들의 인생이 있고, 때로는 재일교포와 일본인들의 인생이 교차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 신오쿠보에서 일하는 뉴커머(신新정주자)인 역술가, 미숙의 삶과 그녀의 눈을 통해 본 재일교포들, 그리고 한류 팬 여성들의 모습을 그려 보았다. 한국에 사는 분들은 이 소설을 통해 일본에서 일하는 한국인의 갈등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버지가 재일교포 1세, 어머니가 재일교포 2세다. 재일교포에 대해 한국에 계신 분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재일교포 중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일본에 온 이들의 자손도 있고,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혼란기에 일본에 온 이들도 있다. 재일교포는 남북분단으로 인해 개개인의 정치적인 입장도 크게 다르다. 그중에는 남북 어느 한 쪽에 속하는 것을 거부하고, 남북분단 이전의 조선이란 나라를 자신의 국적으로 삼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일본으로 건너온 뉴커머와 일본에서 오래 살아온 재일교포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 더불어 1세, 2세, 3세로 점차 후대로 내려가면서 민족성이 옅어지고 있는 반면, 이런 위기에 직면해 민족성을 견지하려는 이들도 있다. 거기에 세대 차이로 인한 가치관의 단절까지 더해져, 재일교포를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 또, 재일교포 북송사업으로 가족을 북한에 보낸 사람들은 어떤가. 그 그늘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모두 가족과 동포, 친구들과 손을 맞잡고 강인하게, 대도시 도쿄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을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 주시길 당부드린다.
한일 관계는 악화되고 있지만, 한일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특히 여성 문제, 격차와 빈곤 문제는 마치 쌍둥이처럼 닮은 부분입니다. 더불어 이런 문제들은 서로 손을 잡고 지혜를 짜내어 극복해 나가고 싶은 문제들이기도 합니다. 한편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감소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문제도 한일이 비슷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문제를 눈앞에 둔 양국이 부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또한 국가 간의 문제를 넘어 인권 측면에서 양국 모두 살기 좋은 나라를 향해 나아가길 바랍니다.
이 소설에서는 일본의 힘겨운 현실을 조명했습니다. 한국 독자분들이 이 소설 속 여성들의 삶의 힘겨움을 보고 느끼시고 동시에 주변에 있는 사회 저변에 놓인 여성들을 떠올려주시기 바랍니다. 한일 사이를 살아가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인 재일 코리안으로서, 과부하의 삶을 살아온 작가로서, 이야기 속 여성들이 많은 독자들의 눈에 뜨이고,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약자인 여성들의 존재에 눈을 돌려주셨으면 합니다. - 한국어판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