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을 낸 지 5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진정한 시인이란 시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시를 읽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면서도 시인이라 불리는 마당에 시집 한 권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순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시를 쓰기보다 시를 즐겨 읽는 진정한 시인으로 살겠습니다.
이 땅의 진정한 시인들에게 삼가 이 시집을 바칩니다.
집에서도 중간으로 태어나
공부도 테니스도 중간이었고 바둑도 그랬다.
대학 때 졸업 기념으로 무대에 올린 연극 이름도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다.
이 땅의 민주화를 외친 것도
중간 어디쯤에서였을 것이다.
세상에서 주목받는 일은 본래부터 내 몫이 아니다.
그러므로 시를 처음으로 세상에 내보내면서도
오히려 편안하다.
이 시가 나처럼
세상의 중간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