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맨발로 꽃밭을 걸었다. 걸음마다 발가락이 따가워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악취. 주위를 둘러보면 꽃밭은 전부 시들어 있었고 나는 슬퍼하지 않았다.
아직도 손발이 차갑지 않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제 그만 깨어나고 싶었지만.
나의 미래이자 낙하산이 되어 준 친구들에게. 고마워.
우리는 여전히 부러질 것 같고 우스꽝스러워.
영화를 볼 때면 그 영화가 현실에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혹은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졌다. 어떤 때엔 상영 중인 이 극장이 세계에서 격리된 다른 세계 같았다. 영화가 끝나면 영화의 세계가 사라지고 다시 기존의 세계로 돌아가야 했는데, 그때마다 엔딩 크레딧이 전부 올라가도록 좌석에 앉아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세계 곳곳에 사회가 있고, 사회의 어딘가엔 멀티플렉스가 있고, 건물 안에는 또 다른 사회가, 극장이 있고, 스크린과 스크린 안의 세계, 그 세계에서 또다시, 프랙탈처럼,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곳은 어느 영화 속 세계인 것 같고, 영화 속의 영화 속의 영화, 혹은 세계 속의 세계 속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총체라고 여겼다. - 에세이 「극장에서 엔딩 크레딧」 중에서
이 시들을 쓰면서 나는 대체로 취해 있었고 새벽이었다. 문득 시인의 말을 편지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시를 쓰는 동안 나의 친구가 자주 떠올랐기 때문이다.
잘 지내? 너는 천사가 나오는 시를 싫어했지. 천사라는 존재가 특별하고 아름답게 표현되는 것이 싫다고 했잖아. 내가 너의 말에 동의하지 않아서 해뜰 때까지 다투는 날이 많았지.
언제나 미러볼과 전자음악과 알코올의 밤이었다. 어쩌다 우리가 멀어지게 된 걸까? 서로를 너무 많이 낭비한 탓일까? 하지만 나는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었어.
지금 만나게 되면 우리는 무슨 대화를 나눌까. 너는 여전히 졸린 눈으로 취하고, 춤을 추고, 시시한 대화를 즐기곤 할까.
나는 너를 이해하고 싶었고 그래서 내가 썼다. 특별하지 않고 아름답지 않은 천사를.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천사에 대한 시를. 너는 이 시집을 마음에 들어할까? 만약 우리 다시 만나면
이제 다투지 않게 될까? 어디선가
나의 친구, 네가 이걸 읽는다고 생각하면 내가 다 괜찮아진다.
아직도 헤매며 이 세계 어디서 너 혼자.
2023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