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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해외저자 > 희곡

이름:박본

국적:유럽 > 중유럽 > 독일

출생:1987년, 독일 베를린

최근작
2021년 8월 <사랑 Ⅱ>

사랑 Ⅱ

관객 여러분, 한국인 여러분, 그리고 가족 여러분, 부디 이 작품이 여러분에게 잘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이 순간을 오래도록 꿈꿔왔습니다. 제 근원이 되는 나라에서 제가 해온 일을 하는 것을요. 우리 가족이 여기에 앉아 제 일을 이해하는 (혹은 하지 못하는) 것을요. 최소한 이를 통해 그들과 소통할 기회를 가지는 것을요. 저는 항상 언어의 장벽과 씨름해왔습니다. 또 저는 항상 제가 한국에 대해 느끼는 바를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생각과 감정, 이 두 가지 모두를 이 나라, 여러분,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나눌 수 없었습니다. 저는 항상 ‘독일에 사는 이상한 사촌’이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가족들이 저를 ‘애정하는, 독일에 사는 이상한 사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여러 차례 좌절하기도, 오해를 받기도 했는데요. 훌륭한 번역가 이단비 님 덕분에 마침내 여러분에게 말을 건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독일에서 태어나 한국인 얼굴에, 한국인 부모님이 있고, 또 한국인의 핏줄이 흐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슬리퍼를 신으면 한국 사람처럼 걷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아니 그냥 음식 자체를 정말 좋아하고(독일인들은 음식을 별로 신경 쓰지 않거든요.) 또 조급해질 때도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 중 다수가 가진 고향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독일에 있으면 고향에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국에 있어도 고향이라는 느낌을 받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두 세계를 모두 알고, 정반대의 두 나라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들을 사랑하고 미워할 수 있는 정체성이야말로 제 고향이라고 느낍니다. 외국에 나갔던 한국인들이 점차 한국으로 돌아오고, 두 세계의 접점이 점차 더 많아지고 있기에 이러한 제 정체성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낍니다. 이 정체성이 하나의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세계에 살아가는 영혼들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한국인들이 가진 완벽주의, 어떠한 결점도 갖지 않고자 하는 갈망, 또 개인의 안녕보다는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우선순위에 두려는 믿음은 저를 매료시켰고, 저는 아직도 그 문화를 배워가는 중입니다. 여러분에게는 너무나도 일상적인 일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느끼지 못하실 수 있겠지만, 이곳과 비교하였을 때 서구의 나라들이 지금의 팬데믹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비교해본다면, 제가 하려는 말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떠나온 10,000km 거리의 나라에서는 지금이 팬데믹인지 아닌지를 시민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기도 합니다. 한편 이곳 한국에서는 정치적, 개인적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모두가 그 규칙을 따릅니다. 규칙이기 때문에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모두를 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마 이런 믿음, 충분히 열심히 하기만 한다면, 또 그래야 한다면, 목숨을 바칠 만큼 노력한다면, 결점 하나 없는 완벽주의에 이를 수 있다는 그 믿음이 우리가 '사랑Ⅱ', 사랑의 후속편, 사랑이지만 더 좋은 것, 고통 없는, 결점 없는, 맑은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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