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냉철함을 좋아합니다. 냉철하고 명석하고 차분하고 밝고, 그러면서도 절망하고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낙하하는 저녁>은 그런 작품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혼이 스쳐 지나가는 그 순간의 이야기, 그리고 또 곱지 못한 마음의 이야기입니다. 곱지 못한 마음이란 미련과 집착과 타성, 그런 것들로 가득한 애정. 곱지 못한 마음의 하늘에, 조용한 저녁이 내리기를...
이 색다른 소설을 쓰자는 계획은, 맑게 개인 날 시모기타자와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하여, 음울하게 구름진 겨울의 밀라노에서, 이 소설은 피와 살을 얻었습니다. 어떤 사랑도, 한 사람의 몫은 2분의 1이란 것을, 어떤 사랑을 하는 것보다 절실하게 느끼면서, 2년 남짓을 일했습니다.
이 색다른 소설을 쓰자는 계획은, 맑게 개인 날 시모기타자와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하여, 음울하게 구름진 겨울의 밀라노에서, 이 소설은 피와 살을 얻었습니다. 어떤 사랑도, 한 사람의 몫은 2분의 1이란 것을, 어떤 사랑을 하는 것보다 절실하게 느끼면서, 2년 남짓을 일했습니다.
결혼한 지 2년이 되는 가을에서 3년이 되어 가는 가을까지 쓴 에세이를 모았습니다. 상황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니, 이 글들은 이미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지나간 이야기. 하지만 버들가지에 부는 바람처럼,그저 받아넘기기만 할 뿐 세월이 흘러도 서로에게 길들지 않는 남녀의 행복하고 불행한 이야기라면 좋겠습니다. ...무슨 말이든 써도 상관없다고 말해 준 남편에게 감사합니다.
왜 글을 쓰냐고 물으면, 그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라고 대답합니다. 여기에 실린 소설들을 되읽어보며 하나같이 저의 지문이 묻어 있다는 데 놀랐습니다. 지문은 무서워요, 정말. 하지만 무섭다는 감정이 저의 이제까지 인생에서 가장 큰 에너지였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겁쟁이가 아니었다면, 전 전혀 다른 인간이 되었을 거예요. 지금과 전혀 다른 인간으로, 아마 글을 쓰는 일도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만사에 대처하는 방식은 늘 이 세상에서 처음 있는 것이고 한 번뿐인 것이라서 놀랍도록 진지하고 극적입니다. 가령 슬픔을 통과할 때, 그 슬픔이 아무리 갑작스러운 것이라도 그 사람은 이미 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잃기 위해서는 소유가 필요하고, 적어도 거기에 분명하게 있었다는 의심 없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기억을 안고 다양한 얼굴로 다양한 몸짓으로, 하지만 여전히 늘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서 이 소설집은 색깔이나 맛은 달라도, 성분은 같고 크기도 모양도 비슷비슷한 사탕 한 주머니 같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 부르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만사에 대처하는 방식은 늘 이세상에서 처음 있는 것이고 한 번뿐인 것이라서 놀랍도록 진지하고 극적입니다. 가령 슬픔을 통과할 때, 그 슬픔이 아무리 갑작스러운 것이라도 그 사람은 이미 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잃기 위해서는 소유가 필요하고, 적어도 거기에 분명하게 있었다는 의심없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기억을 안고 다양한 얼굴로 다양한 몸짓으로, 하지만 여전히 늘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서 이 소설집은 색깔이나 맛은 달라도, 성분은 같고 크기도 모양도 비슷비슷한 사탕 한 주머니 같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 부르고 싶습니다.
옛날부터 어째서인지 여분의 것을 좋아했습니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죠. 어떤 사람에 대해 알고 싶을 때, 그 사람의 이름이나 나이, 직업이 아니라 그 사람은 아침에 뭘 먹을까, 어떤 칫솔을 사용할까, 어렸을 때 과학과 사회 중에서 어떤 과목을 더 잘했을까, 찻집에서는 커피를 주문할까 홍차를 주문할까, 또는 어느 쪽을 더 많이 주문할까, 그런 것들에 더 관심을 쏟습니다.
여분의 것, 하찮은 것,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그런 것들로만 구성된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