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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정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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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낭송 세조·예종실록>

낭송 세조·예종실록

“『세조실록』을 읽는 동안 내 하나의 잣대에도 금이 갔다. 찬탈자는 찬탈자일 뿐이라는 단호함이 무뎌지면서 세조를 이해할 다른 맥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세조의 불덩이 같은 신체다. 세조의 신체는 남달랐다. 비바람 치는 추운 날에 홑겹의 옷을 입고도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뿐인가? 말타기와 활쏘기는 태조 이성계에 버금간다는 소리를 들었고, 그 뜨거운 신체만큼 다방면에 재주도 많았다. 세종은 그런 둘째 왕자에게 일찌감치 정무를 맡겼고 세조는 그 일을 잘 해냈다. 이 일련의 과정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30대의 수양은 누구보다 준비된 왕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재능을 미치도록 펼치고 싶어 했다는 것.” “큰 꿈을 꾼 만큼 세조는 부지런히 일했다. 세종과 세조의 정치 방식은 달랐다. 세종이 토론하고 수렴하는 기획형이었다면, 세조는 몸으로 뛰는 현장형이었다. 개간이 필요하다 생각하면 들판으로 나갔고, 훈련에 나가서는 군사들을 직접 통솔했다. 세조는 탁상공론을 일삼으며 실무를 뒷전으로 미루는 사대부들을 ‘썩어 빠진 유생’이라고 경멸했다. 그럴 만도 했다. 당시 조선은 건국 70년째에 접어들고 있었다. 개혁을 주도하던 사대부들은 어느새 백성 위에 군림하는 특권세력이 돼 있었고, 백성들의 봉양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세조는 그런 사대부들을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래서 세조의 조정에서는 한가로이 무위도식하는 관리가 버텨 낼 수 없었다.”

낭송 태조실록

“흔히들 조선을 재상 중심 국가라고 말한다. 임금이 있으되 실제 나라를 움직이는 것은 재상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조선을 구상한 주인공으로 모두들 정도전을 꼽는다. 정도전이 새 나라에 대한 설계를 마치고, 큰 퍼즐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에 태조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도전이 동북면으로 태조를 찾아왔을 때, 정도전의 처지는 그다지 번듯하지 못했다. 오랫동안 귀양지를 전전하면서 벗들은 모두 떠났고, 생계까지 곤궁한 처지였다. 그런 그를 거둬 자신의 밴드에 편입시킨 사람이 바로 태조 이성계다. 이런 정황으로 봤을 때, 정도전이 태조를 선택해 왕으로 만들었다기보다, 정도전이 태조를 만나고 새 나라를 꿈꿨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리고 태조는 충성과 의리의 동지들에게 자신의 권력을 과감히 양도함으로써 임금과 재상이 권력을 공유하는 분권적 정치 시스템을 완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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