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만남 후에는 늘 미진한 구석이 있습니다. 모임 후 제각각 둥지로 돌아가고, 저도 집으로 돌아오면 공연히 미안해서 허기가 몰려옵니다. 더 잘해 주지 못해서, 힘이 부치는 자신이 미워서, 식구에게 부담 떠넘기려는 ‘미움’임을 알면서도 미워하는 미안함은 좀체 사라지지 않습니다.
석 달에 한 번쯤 형제자매가 모여 요양병원에 누워 있는 어머니를 뵙고 함께 식사합니다. 본인들 어린 시절 이야기가 끝나면 아이들 키우는 일화로, 앞으로의 자식 걱정으로 고함 같은 대화를 나누다가 헤어집니다. 여전한 미움으로 슬쩍 밀어 내리는 그 슬픔, 떨어져나가는 그 앙금이 저를 위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