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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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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가혹한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그날을 쓰다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생명이 차가운 바닷물에 잠겨 가는 과정을 생중계로 지켜보았다. 전 국민이, 동시에, 그걸 보았다. 우리 모두 가만히 있었다. 발을 구르거나 소리만 지를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각자의 몸뚱이를 스스로 두들기며 보고 있었다. 몸을 쥐어짜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텔레비전 앞에서 서성이며, 두 눈으로 생생하게 지켜보며, 우리도 가라앉고 있었다. 차가운 그 바다 속 으로 우리 모두 침몰했다. 304명 중 250명이 고등학교 2학년 여린 생명들이었다. 모든 생명이 귀하지만 열여덟 살이라는 나이는 우리를 더 아프게 했다. 이제 막 자아를 형성하고 세계를 향하여 솟구칠 준비를 하는 학창 시절 마지막 여행길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다니. 8년! 기억하자고 했지만 흐려지고 있는 기억을 붙잡으며 여러 사람이 붓을 들었다. <세종손글씨연구소> 회원들과 <더불어숲> 회원들 몇몇. 모두 신영복 붓글씨를 배우고 있다. 일상에서 노랑 리본을 만지막거리는 것 말고는 4·16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다. 스스로 작가라고 불리는 것이 부끄럽고 글씨가 서툴기도 하다. 서울·인천·부산·세종·대전·청주·수원·군산·논산·양평·공주 등, 아르헨티나에 파견교사로 나가 있는 분도, 어린 시절 미국서 살다 한국에 와 대학을 다니는 학생도 참여했다. 글씨보다 마음을 보태기 위해 함께했다. 그중 일부는 2019년 4·16 5주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이다. 그때보다 규모가 커지고 <4·16기억저장소>가 중심에서 이번 일을 이끌었다. 4·16 참사 유족과 관련자들의 구술증언록인 『그날을 말하다』(한울엠플러스) 100권을 작가 55명이 읽고 100점의 작품을 모아 냈다. 『그날을 말하다』는 4·16기억저장소 구술증언팀(책임 이현정,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이 2015년 6월부터 4년간에 걸쳐 진행한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구술증언 사업의 결과물이다. 피해자 가족 88권, 잠수사 4권, 동거차도 어민 2권, 유가족 공동체 단체 6권 등 100권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그동안 왜곡되고 알려지지 않았던 참사 발생 직후 팽목항과 진도, 바다에서의 초기 상황에 관한 중요한 증언이 포함되어 있다. 손글씨 작가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그날을 말하다』를 읽고 그에 대한 공유의 시간을 가졌고, 안산 <4·16 기억저장소>와 단원고를 답사했다. 여기에 더해 신영복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더불어숲>과 <4·16연대>가 후원에 참여함으로써 전시가 더욱 중층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 후 박재동 화백의 그림과 함께 신영복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씨를 썼는데 제자들이 그 뜻을 배워 잇고 있는 것이다. 전시에 맞추어 출간되는 이 책은 자료로서도 대중적 공간에 늘 노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걷는사람>은 우리와 함께 2019년에 신경림·나희덕·함민복 등 38명 시인들의 시를 36명의 작가들이 써서 전시하고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 없다』를 펴낸 바 있다. 한편, 작품 제작의 관건이었던 패널을 직접 제작하여 후원해 주신 <잼에스디>를 기록해 두지 않을 수 없다. 용인에서 세종까지 먼길을 오가며 패널 마무리 작업을 해 주셨다. 안산을 시작으로 대전·세종·옥천·부산·서울 등에서 전시를 확정했고 세월호 출발지이자 일반 이 있는 인천, 인양된 세월호 선체가 있는 도시 목포, 그리고 세월호 항해의 마지막 목적지였던 제주에서 전시가 이 뤄지길 바란다. 광주 등 다른 지역도 논의 중이다. 이 책이 나올 즈음에는 더 많은 지역이 추가되길. 회원들이 스스로 작품 완성까지의 비용을 기부하고 많은 시간 몰두하여 빚어낸 전시이다. 글씨를 쓰는 시간, 그 시간 만큼은 작가들이 유족의 마음에 아주 가깝게 다가가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아픔과 통곡과 의문과 그리고 앞으로 긴 동행의 내일을 위한 다짐의 시간이었으리라 믿으며….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2022년 봄, 세종에서 김성장 두 손 모아

노랑나븨도 오쟎는 무덤우에 이끼만 푸르리라

전국의 문학관 기행 에세이(졸저 『시로 만든 집 14채』)를 쓰면서 이육사 관련 책을 몇 권 읽고 정리한 적이 있다. 이육사는 그때 나에게 ‘시와 다이너마이트를 한 가슴에 품은 시인’으로 다가왔다. 독립운동 가운데 가장 격렬하게 활동을 했던 의열단 단원으로서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를 나온 군인이었으며 시를 썼다. 일제 강점기에 가장 여러 번 감옥을 드나들었던 시인, 목숨을 걸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중략) 글씨 자체에 대한 탐미적 관점보다 글씨가 내 삶의 어디에, 우리 사회 공동체의 어느 곳에 쓰일 수 있을까에 집중하며 30여 년 붓을 가지고 지내다 보니 어떤 촉이 생기는 느낌이다. 계속하여 붓을 쥐고 하얀 평면 위에 머물다 보니 서체의 다양성에 조금씩 눈을 떠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획과 자형과 기울기의 작은 변화에도 풍부한 정서가 별현될 수 있다는 느낌 말이다. 시의 느낌이 글씨로 전환될 때 그 시가 담고 있는 느낌을 담을 수 있는 서체가 가능해지기를 꿈꾸면서 말이다. 어떤 성취가 있다면 그 힘은, 어떤 경우라도 내 글씨의 기본적인 힘은 쇠귀민체로부터 왔다는 걸 기록해두고 싶다. 거기에는 훈민정음이 만들어진 이후 보통 사람들이 쓴 손글씨의 감성 결집이 이루어져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2024년 7월 김성장

눈물은 한때 우리가 바다에 살았다는 흔적

언어의 호수에 발 담드고 싶었으나 나, 호숫가 맴돌며 회한의 물결에 손 씻곤 했네. 이 많은 망치들이 어디서 흘러온 것일까. 첫 시집을 내고 25년 나는 산문의 거리를 떠돌다 잠시 이마에 물을 적신다. 내가 쪼아댄 언어들은 어디에서 먼지구름으로 뭉치고 흩어지는가. 두들겨 달아오르지 않는 언어를 붙잡고 이제 또 어느 계곡의 돌을 기다려야 한다. 입구도 출구도 없는 둥근 물체 스윽 발을 담그어 본다. 언어의 바깥에 존재하는 세계는 없으니까, 식지 않는 운문의 비밀에 닿을 때까지 딱 딱 딱 딱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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