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남양주시를 ‘다산의 고장’이라고 한다. 조안면 능내리는 다산의 생가가 있는 곳이자 노후를 마친 곳이다. 다산 선생 사후에는 그의 후손들이 이곳에서 살았다. 그런 남양주시에 사는 문학인이자 예술인으로서 오직 다산에 대한 관심 하나로 이렇게 책을 써서 세상에 내놓는다. 그동안 다산에 관해서는 워낙 연구자가 많고, 그런 만큼 다산을 다룬 책도 다양하고 방대해서 내가 비집고 들어갈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물이 이번의 결실이다.
다산의 도시이자 경기도 동북부 최대 도시인 남양주는 역사와 문화, 예술의 도시이기도 하다. 수많은 왕릉과 유적 등 역사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반면 남양주시는 이러한 환경적 요소들을 활용하지 못하여 이름만 문화예술도시이기도 하다.인구는 67만 명, 면적은 서울 인구의 4분의 3, 시 예산 1조 4000억 원인 남양주시에 예술회관이 하나도 없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겨우 있는 것이라고는 남양주아트센터 한 곳이다. 그것도 건축면적 109평의 샌드위치 패널구조다. 그래서 이 책에는 남양주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예술인들의 간절한 바람도 담았다. 훗날 누군가가 이 책을 읽게 되었을 때, ‘아! 그때는 그랬었구나’라고 생각해주면 고맙겠다.
이 책은 임농 하철경화백의 성장과정을 다룬 실명소설이다. 흔한 자서전의 형식이 아니다. ‘하철경’이라는 한 인물에 대하여 관찰하고 취재하여서 쓴 글이다. 또한 이야기의 줄기는 사실에 근거했으나 상당 부분은 상상력을 발휘한 창작임을 밝힌다. 그가 남농 허건의 제자라는 것과 그의 손주사위라는 것에 호기심이 동했다. 무언가 특별한 스토리가 있을 듯 했다. 그리고 그는 남농 허건으로부터 도제식교육을 받은 마지막 제자라고 했다. 이 당시의 상황을 기록해야 할 가치도 있을 듯 했다.
호기심이 궁금함으로 변하면서 임농과 함께하는 시간이 차츰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날 임농으로부터 소품 한 점을 받게 되었다. 뜻밖에 받게 된 귀중한 선물이었다. 바닷가에 숲이 있고 가운데 바위 하나, 그 위에 사람이 앉아있는 그런 그림이었다. 편안한 그림이었다. 그림은 침실의 벽에 장식되었다. 그림을 보면서 잠을 청했다. 어느 날 그림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꿈속이었다. 어디선가 청량한 바람이 불어오는데 그 숲속에서 편안했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