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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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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황인숙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8년, 대한민국 서울

직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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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나만의 미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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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문학상 수상시인 대표작 1999

자유롭고, 온유하게, 살자. 글이 나를 구속하거나 불행하게 만들도록 하지는 말아야지.

간발

많은 문학상이 한 인물을 기려 그 이름을 붙였는데, <현대문학상>은 『현대문학』이라는 한 문예지의 권위에 의지해서 제정됐다. 문학의 중심이 월간지에서 계간지로 옮겨 가 월간지의 위세가 약해진 이후에도 월간 『현대문학』은 권위를 잃지 않고 꾸준히 제자리를 지켜왔다. 해방 이후 한국 문학의 역사는 『현대문학』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현대문학상> 수상자답게, 내 시에 현대성을 부여하려 앞으로 더 애를 쓰겠다. 현대성이란 새로움에 대한 활기찬 천착이리라. 문학상이라는 게 결코 인격을 보고 주는 건 아니지만, 받으면 인격에 다소라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비뚤어지려던 마음이 순하고 선해지는 것이다. 문득 인생이 자신에게 호의적이라 느껴져서이리라. 지금 내 마음이 그렇다. 심사를 보신 분들이시여, 다른 젊고 재기 넘치는 후보작들도 많았을 텐데, 뽑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실로 우정은 진실보다 강하여라.

나 어렸을 적에

그리고 지금 아이들을 생각해보세요. 시절이 다르다고만 생각하지 마세요. 싱싱하지만 연하고,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과 친밀감을 갖고 있고, 부모에게는 환상적인 존경심을 시시한 물건에도 존중심을 갖고 있고, 속여 넘기기 쉽고, 한바탕 뛰놀면서 웃음을 터뜨리며 만사를 잊는, 아이다운 아이인 적이 없었던 사람이 행복할까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강한 어른이 됩시다.

나는 고독하다

나는 고독하다? 이런 날것인 제목은 대가들이나 쓸 수 있는 것이다. 권위는 어떠한 유치함이나 하찮음에도 권위를 주는 법이니까. 잘 안다. 그럼에도 '나는 고독하다'고 할 만큼 나는 고독한가?를 생각하면 이번에야말로 진짜 고독하다. 누추하게. 어쩌면 고독한 사람은 '나는 고독하지 않다'고 토로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나는 고독하다'는 말은 '나는 고독하지 않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나는 고독하지 않다. 그런데, 고독하면 어떻고 고독하지 않으면 또 어떻단 말인가? '내 님은 집 안에 없으면 울타리 밖에 있으리라.'

내 삶의 예쁜 종아리

‘11월’이란 제목이 셋이다. 번호를 붙일까 생각했지만, 모양이 거슬린다. ‘십일월’로 고칠까? 어쩐지 진중하고 격 있어 보이는데…… 아무래도 아직은 ‘11월’이다. 이랬다저랬다, 돌아보는 시들을 묶는 마음. 2022년 가을

도둑괭이 공주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한 끼 밥을 먹인 지 5년 돼간다. 2년 전부터는 하루 두 번 나간다. 비탈 꼭대기에 살면서 그쪽 고양이들을 먹이던 한 아주머니가 이사를 가며 간곡히 맡긴 곳이 두 채의 연립주택 사이 좁다란 틈인데, 지하방 창문들이 그리로 나 있다. 그러니 어두워진 뒤에 접근하면 그 거주자들 심기가 편치 않을 터라 낮에 다녀와야 한다. 도대체가 성실과는 거리가 먼 내 체질에 단 하루도 빼먹을 수 없는 그 ‘업’을 수행하자니 심신이 이만저만 고달픈 게 아니다. 가장 지겨운 건 고양이 밥 주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적의다. 매번 초긴장 상태로 다닌다. 거기에 더해 사람 손에 크다 버려진 고양이들이 하루하루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고통이라니…… 엄살이 아니라 길고양이들과 인연을 맺은 이래 불행감을 맛보지 않는 날이 드물다. 가뜩이나 없는 기력이 다 소진되고 신경쇠약 직전이다. 내가 글 쓸 염을 영 못 내는 건 그 영향이 큰 거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내 큰 소원은 고양이 밥 주는 일을 대신할 사람을 고용하는 거다. 한 달에 30만 원이면 동네에서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럴 형편이 될 때까지 내가 고용된 셈 쳐볼밖에. 한 달에 30만 원이 생긴다 생각하니 좀 힘이 나는 것 같다. 어차피 주는 밥, 불안하고 시무룩한 마음을 떨치고 기꺼이, 행복한 마음으로 줘야겠다. 밥 먹는 그 시간이라도 고양이들에게 오직 행복한 기운이 전해지도록. 내가 행복해야 고양이들도 행복해진다. 내가 행복해질 길은 좋은 글을 쓰는 것이다. 마음의 여유를 찾고, 앞으로는 열심히 쓰자. 불행의 되먹임을 행복의 되먹임으로 바꿔야지!

리스본行 야간열차

문득 궁금하다. 내 속에 아직 시의 씨앗이라는 게 살아 있어, 촉촉이 비 내린 뒤 햇빛 쏟아지는 날들엔 발아할까. 아니면 이미 모래알처럼 굳어버린 걸까. 다른 이들도, 근면해야 시를 거두는 걸까, 아니면 절로 풍요로운 시의 정원을 홀홀히 거니는 시인도 있는 걸까. 또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졸린데 꾹 참고 일어나곤 하는 걸까, 아니면 늘 나만큼 졸립진 않은 걸까.

목소리의 무늬

원고지를 한 칸 한 칸 메워 갈 때는 제법 신바람이 났던 글도 활자화한 뒤 읽어 보면 낯이 화끈거릴 때가 많다. 그러나 바로 그 화끈거리는 글이 내 진자 글이고, 남들에게 비치는 글일 것이다. 그렇게 활자화된 글의 무늬는 원고지 위에서 신바람에 겨워하던 글의 무늬보다 투박하고 초라할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또 한 권의 활자더미를 세상에 들이민다. 이 글들은 지난 몇 년 사이 내 삶의 목소리고, 그래서 이 글들의 무늬는 내 삶의 무늬다.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매사 내가 고마운 줄 모르고 미안한 줄 모르며 살아왔나 보다. 언제부턴가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렇게 됐다. 인생 총량의 법칙? 그렇다면 앞으로는 시를 끝내주게 쓰는 날이 남은 거지! 2016년 가을

아무 날이나 저녁때

내 시가 제일인 줄 알고 자만심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시를 지금 읽으면 어떤 건 풋내로 가득하고 잘도 이런 걸 시랍시고 묶었네 싶게 미숙함이 한눈에 띈다. 분명 전보다 시를 보는 안목은 높아졌는데 그렇다고 시를 더 잘 쓰게 되는 건 아니다. 최고의 시, 비수 같은 시를 쓰고 싶다. 욕심은 그득하건만 정진하는 능력이 부족한 나. 그래도 시는 영감과 우연의 소산이라는 미신을 벗은 게 어딘가. 아니,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정진해야 영감이 생기든 말든 한다는 건 알겠다. - 에세이 「그이들이 초록 외투를 입혀줬네, 나는 시를 써야 하리」 중에서

육체는 슬퍼라

이 책에 묶인 글들은 글자 그대로 산문이다. 흩어진 글이며 한가로운 글, 가루로 된 글이다. 정제되지 못하고 가지런하지 못하고 풀풀 휘날린다. 시시하지 않고 비범하고 풍요롭고 촉촉하고 품위 있는, 그런 글들로만 원고지를 채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산문들은 거의가 청탁에 의해서 쓰여졌다. 호구를 위한 글쓰기였다는 말은 이 글들의 못남에 대한, 갈수록 태산인 못난 변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 글들의 어떤 부분에서는 내 내면적 욕구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내 이십대와 삼십대의 초라하지만, 나로서는 흘려 버리기 아쉬운 흔적들의 점철이기도 하니까. 글쎄, 흔적에 지나지 않을 바에야 흘려 버리는 게 좋았을까?

이제 다시 그 마음들을

책을 읽다 보면 그 행간에서 자기 자신이 읽힐 때가 있는 걸 당신도 겪어봐 알 것이다. 때로는 어떤 구절이 빌미가 되어 얼마간 샛길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거기에 착안해서 나는 이 글들을 독후감이나 서평의 탈을 쓴 에세이로 만들고 싶었다.

인숙만필

결국 나는 내 주위에 있던 존재들을 기억함으로써 나를 기억한다 혹은 유추한다. 나를 기억하고 유추하는 게 글을 쓴 목적은 아니었으되, 결국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내게 시를 가르쳐준 은사님께서는 무화되기가 싫어서 시를 쓴다고 하셨다. 내가 겪는 일, 보고 듣는 일들을 무화시키지 않으려고, 글로 쓰려고 무진 애를 써서 정신을 차린 동안은 내 생활도 번쩍 정신이 났다.

자명한 산책

등단한 지 스무 해가 꽉 차간다. 스무 해, 그러니까 20년! 그동안 써온 시들을 생각하니 얼굴이 달아오른다. 돌이켜보면 나는 시에 있어서도 후한 값을 받고 살았다. 그게 다 빚이다. 힘을 내서 빨리 빚을 까자!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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