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이미 눈에 띄지 않는 내 의식의 구석에 자리를 잡았고, 그곳에서 유년기의 가슴 뭉클한 한 장면처럼 따스하게 빛나고 있다. 이따금 나는 촘촘한 작품 속을 더듬으며, 세월에 반점이 생긴 몸이 젊은 시절을 떠올리듯, 한때 이야기에 활력을 부여하면서 다정다감하고 세심한 감성을 아주 주관적으로 표현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사지와 근육, 힘줄이 지닌 매력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추억이 깃들어 있기 마련인 이런 종류의 다시 읽기는 뜻밖의 놀라움도 어김없이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