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살, 처음 교단에 섰을 때에 아이들은 연둣빛이었다. 나는 하양, 빨강, 파랑, 노랑 분필로 봄과 여름을 노래했다. 삼십 년 하고도 삼 년째다. 아이들은 여전히 연둣빛이다. 분필도 똑같은 색깔이다. 하지만 칠판 가득 판서를 하고 목청을 돋우다 보면 분필이며 손가락이 새까맣게 탄다. 이 시집은 그 세월을 나와 함께한 토막 분필과 몽당연필에 대한 반성문이다. 내 절망과 아이들의 초록빛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 미안하고 고맙다.
스물두 살, 처음 교단에 섰을 때에 아이들은 연둣빛이었다. 나는 하양, 빨강, 파랑, 노랑 분필로 봄과 여름을 노래했다. 삼십 년 하고도 삼 년째다. 아이들은 여전히 연둣빛이다. 분필도 똑같은 색깔이다. 하지만 칠판 가득 판서를 하고 목청을 돋우다 보면 분필이며 손가락이 새까맣게 탄다. 이 시집은 그 세월을 나와 함께한 토막 분필과 몽당연필에 대한 반성문이다. 내 절망과 아이들의 초록빛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 미안하고 고맙다.
산문집을 꾸리며 느낀 한 가지만 뽑으라면, ‘이짓, 정말 못 하겠다’였습니다. 옷이 다 벗겨진 느낌이랄까요. 산문 어디에서나 왕따가 된 아이가 훌쩍이고 있었습니다. 한구석에서 오소소 떨고 있는 어린 정록이가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그 애가 자라서 시인이 되고 아버지가 되고 선생이 되어 이 글을 묶습니다. 혹, 보탬이 됐으면 하고 제 시와 시작詩作의 비밀 서랍을 몽땅 드러내보였습니다. 제 시를 조금이나마 좋아했던 분들이 이 글을 읽고 다 달아날까봐 걱정이 듭니다만, 시집보다 이 책을 먼저 펼쳐본 이들이 제 시를 찾아 읽는 행운도 있었으면 하고 욕심을 내봅니다.
저는 더 좋은 시를 줍기 위해 꽃샘추위 속 꽃망울처럼 다시 실눈을 뜰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