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만화로 그려지는 일을 상상했지만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에 막연하게나마 그려본 일은 있었지만요. 구체적인 장면으로 시를 읽어가는 일을 해보게 되어 기쁩니다. 이 소년들을 영영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기다림에 사활을 걸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수색하거나 싸움을 지속하거나 방공호의 담요를 찾아 나서는 소년들의 뒷모습을 봅니다. 그들은 모두 나였고, 그들은 내가 되는 일을 부정했습니다. 부족했고 작았습니다.
세상의 선반 어딘가에 놓여 있는 모든 시럽들을 생각한다. 무엇이 될 뻔했지만 사계절 실온에 두어도 아무렇지 않은 시럽이 있고, 시럽을 찾는 사람과 찾지 않는 사람들로 붐비는 도시에서 나는 여전히 시를 쓴다. 시럽을 좋아하지만 매번 그 취향을 들키
고 싶지 않았던 나의 은밀함에 대해 생각한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거짓말을 하게 되었고, 그걸 시를 쓰면서 고백한다. 단맛도 쓴맛도 헷갈리는 어리석은 미각으로, 시를 쓴다. 내가 고른 언어를 발음하게 될 혀를 빚어서 세상에 갖다 대어본다. 핥든지, 빨든지, 맛보든지, 마비되든지, 중독되든지……. 나는 이제 혀를 말할 수 있게 내버려두는 일밖에 할 수 없다. 그런데 그것은 의외로 바쁜 일이 되었다. 그렇게 되었다.
―에세이 「시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