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서 시를 놓았다. 의도적으로 놓았다는 고백이 맞다. 출산, 양육, 적응만으로도 벅차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무언지 모를 우울감이 쌓이고 있었다. 쌓인 우울감이 체중에 변화를 가져왔다. 작은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고부터 펜과 종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간절한 그리움으로 이제 남은 생을 시에 속죄하고 싶다. 나의 첫사랑, 시에 모든 순정을 바치고 싶다. 그리하여 나의 의지를 모두 하나로 모을 것이다. 지금도 기억하기를 유년의 가족은 내 마음의 고향이요 에덴동산이었다. 허기와 목마름을 채워주는 사랑과 일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고, 버들강아지 피고 삐비꽃 피는 따스한 봄 언덕을 노루처럼 뛰노는 해맑은 자유가 있었고, 나의 꿈이 자라는 온갖 새와 꽃, 나무와 숲, 산과 바다가 있었고, 그 꿈의 지경을 넓혀가는 사대 강이 흐르고 있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이 기억에서부터 나의 노래는 시작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