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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조을해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9년, 대한민국 서울

최근작
2024년 5월 <에밀의 루소>

마시멜로 언덕

두번째 책을 펴낸다. 소설집에는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야곱의 강」(『파라PARA 21』 2004년 봄호)을 통해 소설을 사건도 없고 반전도 없이 ‘이 모양 이 꼴’로 쓰면서 소설가 지망생의 조급한 마음을 스스로 돌아보는 법을 배웠다. 그런데 이 작품으로 등단까지 했다. (심사를 맡았던 최윤 선생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못난 소리인 줄 알지만, 「야곱의 강」으로 등단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소설가로서 여한이 없다. 소품임에도 표제작으로 선정된 「마시멜로 언덕」(미발표)은 무려 이십년 전에 쓴 작품이다. 오늘의 청춘들도 불안과 막막함의 ‘언덕’ 위에서 얼마나들 안타까우신가. 이렇게 보잘것없는 이야기를 소설로 써도 되나,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연금술사에게」(『문예중앙』 2005년 가을호)와 「아디오스 탱고」(웹진 『문장』 2006년 3월호)는 데뷔 초기에 발표할 기회를 얻었으니 운이 좋았다. 찰나의 아름다움과 강렬한 여운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단편을 읽겠는가.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꿈은 거창했지만 결과물은 부족했다. 이 모습 이대로 독자님들께 떠나보내며 변명을 보태자면, 그래도 그 부족함은 30대 초반이던 나의 최선이었을 것이다. (발표작의 경우, 소설 속 소재를 현재에 맞게 다소 수정했음을 밝힌다. 양해 바란다.) 모두 미발표작인 「옛 노래 1」과 「옛 노래 3」은 육아일기의 짧은 메모에서 시작되었다. 그 후 숙성의 과정을 거쳐 소설로 변주된 뜻밖의 결과물이다. 요람에 누워 있는 아이와 일방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신발이 닳도록 뛰어노는 아이를 쫓아다니며 작업을 이어갔다. 안 믿어질 수도 있겠지만, 인생과 예술의 비밀을 아이를 통해 많이 배웠다. 또다른 미발표작 「누군가」는 틀에 박힌 거룩한 신(神)이 아닌 ‘생활밀착형’ 신을 만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그런데 오십 평생을 모태신앙인으로 살아온 내가 ‘누군가’란 인물로 그려낸 ‘절대자’의 모습은 이렇게나 밋밋하다. 부끄럽다. 다음엔 더 잘 쓰겠다.

에밀의 루소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하나 소개하겠다.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한 도전일 수도 있겠는데, 나는 미소 지으며 잠자는 인간이 되고 싶다. 깊이 있는 문해력과 참신한 상상력을 장착한 인간 소설가가 되어 AI가 하지 못할 일, 엄밀히 말하자면, AI가 절대 하지 않을 ‘미련한’ 일에 도전하고 싶다. 그래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탐닉하겠다. 정보처리만으로 생산할 수 없는 빛나는 문장과 통렬한 사유로 세상과 소통하겠다. 이번 생은 덜 떨어진 채 살기로 한 나만의 환희와 승리감을 부끄러워하지 않겠다. 비효율적이고 번거로운 삶을 계속 고집하겠다. 지면에 발표했던 두 작품, 「한나의 숙제」(『악스트』 2020. 09/10)와 「불빛을 보며 걷는다」 (『웹진문장』에 2008년 4월)에다 다섯 편을 더해, 로봇을 다룬 나의 첫 소설 「에밀의 루소」를 표제작으로 정해 펴냈다. 나도 모르게 자꾸 붙들고 늘어지는 ‘옛 노래’ 시리즈(「이교도」, 「성년식」)를 이번에도 두 편 넣었고, ‘사랑’이라는 필터로 세상을 바라보며 썼던 작품 두 편(「숭의동」, 「보름 동안의 사랑」)도 첨가했다. 폐가 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써진다면 앞으로도 읽고 쓰겠다. 지금처럼, 아껴가며 소중히 쓰겠다. 아마도 그런 내 모습이 가장 열심히 사는 나의 모습일 것이고, 나다움이 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아마 가장 나다운 모습에 근접한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한 분의 독자님에게라도 위로와 공감과 유머를 줄 수 있다면 만족한다. ‘나다움’을 찾아 떠나는 한 분의 독자님에게라도 소박한 등불이 되어줄 수 있다면 소설가로서 바랄 게 없겠다. 지금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마음 깊이, 두 손 모아 사랑의 인사를 전하는 나의 텐션을 글로 옮기기 힘들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모두모두 완전, 진짜 고맙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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